'낙서/┗(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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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476

냄비 안에 개구리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한 길을 걷는다는 것. 절대 쉽지 않은 길. 그렇지만 모두가 걷는 길. 나만 걷지 않은 길. 세월이 번개처럼 흘렀다. \큰 애가 사 놓은 온풍기 덕에, 무릎 시리지 않은 밤들. 온기에 취해 절구질하다 번뜩 정신 차리면, "일산화탄소에 취해 나도 모르게 사요나라(さようなら)하고, 번개탄 뜬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닌지..." \몸이 따뜻해진 대신 마른 먼지만 쌓이는 마음. 냄비 물 온기에 취해 죽어가는 줄 모르고 있는 개구리, 그 개구리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점점... 살아있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금요일. 담배와 커피로 밤새 쓰린 속을 부채질했다. 보따리로 약 타다 놓고서 미련한 건지 모자란건지... 안방 난방텐트 안에 전기매트, 빈 요에 아까운 전기만 달퀐다. 202.. 2023. 12. 30.
참, 괴로운 밤이었걸랑요. \앞으로 한 시간을 더 기다려도 차례가 올까 말까 하게 만원인 병원.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앉을자리도 없습니다.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는 다른 일정이 꼬일 것 같아 30분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원래 환자가 많은 곳이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끝이라는 것과 연말 건강검진 때문에 더한 것 같았습니다. 내과에서 나와 창구 닫기 전에 먼저 은행일 본 후 신경외과에 가 혈압약과 어깨 통증약 보름치를 처방받고, 돌아오며 다시 은행 들려 ATM기로 용무 더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내과와 이미 문 닫은 은행 한 군데는 내일 다시 일 보기로 했고요. 그렇게 돌아오니 집 나서며 눌러 놓고 간 밥솥에 취사가 보온으로 전환된 지 오래입니다. 막 옷 갈아입었을 때, SNS에서 번개모임 알람이 뜹니다... 2023. 12. 28.
반환점(返還點) 축시(丑時)의 정중(正中) 새로 두시, 내가 성씨 혈족의 문을 밀고 첫발을 디딘 때. 오늘 순한 귀를 달고 오래된 집 대문을 밀치고 그날로 나섰다. 가로등 불빛에 얼핏 날리던 눈이 금세 멈춘다. 역 광장을 가로질러 로터리 회전교차로를 돌아 돌아왔다. 로터리 회전 교차로를 끼고 돌며 생각한다. "반환점, 터닝 포인트..." 반환점과 터닝 포인트를 잡고 또 생각한다. 인생 100년으로 따져도 이미 변곡점을 지난 것이 10년인데 뜬금없는 자위(自慰)다. 그래, 갑자로 따져 내년 오늘 떠올렸다면 모를까, 이건 작위(作爲)다 작위. 잠시 히득이던 눈은, 채 치던 쌀가루가 그릇 밖으로 날렸거나 버드나무꽃이 바람 멈춘 정적 안에 내려앉은 것 같아, 같은 자성에 맞닿아 서로 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전하게 땅에 닿지.. 2023. 12. 25.
왜 이러지?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우체국 포차에서 사다 놓은 어묵탕으로 차린 오랜만의 술상. 지난주 목요일 송년 모임에서 2주 만에 술을 먹었고 그 후로 처음인 혼술. 벼락 같이 추워진 날씨가 술을 불렀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새로 한 시 무렵 시작해 한 시간 조금 넘도록 붙잡고 앉아, 어묵도 중탕한 정종 반 주전자도 싹 비웠다. 첫 잔 넘기면서는 속을 훑더니(분명 정상이 아닌 건 분명하다), 잔을 넘길수록 편하다. 금주 동안 계속된 속병은 썩은 물에 젖어 지낸 마취에서 깨어나,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시간을 딛고 있는지 본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인식시키는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애주의 일상을 벗어난 낯선 행동에 대한 육체적 저항이 야기하는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맘 변하.. 2023. 12. 22.
땡 잡은 날. \바람이 맵고 추웠던 날. 낮에도 영하권인 이 추위가 한동안 계속된다니, 2층과 바깥채 화장실 수도 혹시 얼까. 반가운 통화를 마치고 참깨라면 큰 컵 하나 맛나게 먹고 담배 물고 마당 나선 김에, 아예 끊김 없이 흐르도록 더 틀어놓고 들어왔다. \농 아래로 굴러떨어진 동전, 꺼내려고 넣은 파리채에 오히려 더 밀려들어 가 손길 닿지 않는 곳에 먼지 이불 덮고 까뭇하게 잊히는 것처럼, 새로운 지금에 점점 뒤로 밀려 마음의 관심이 닿지 못하고 있는 그때의 지금, 폰 속의 지난 사진들. 모처럼 효용이 된 폰을 내처 잡고, 일주일 전 용암저수지에서 찍은 사진 공유하고 나서 차례로 지워가며 쭈욱 훑어가다, 가을 초입에 담겼던 책 하나를 이 방에 옮겨 놓고. 이참에 작정하고 불 켜진 톡 메시지도 쭈욱 살피며 정리하는.. 2023. 12. 18.
함박눈 나리는 찻집 창가에서... 정치인이 대하는 살가운 포옹이야 90%는 지극히 계산적인 가식인 데다가, 나머지 10%도 선거 마치면 뒷간 볼일 다 본 사람 같이 돌변해 갑과 을의 위치가 뒤집히기 마련이지. 그러니 덕 볼 일도 없고 아쉬운 소리 할 형편도 아니라서 일 삼아 관계 맺을 이유가 없는데, 오후에 있은 조 박사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을 떠나, 지난 합동출판회에 내 책을 구입한 이력은 차치하고 어머님 상중에 조문하고 부조까지 했으니, 빨갱이 보수 꼴통당이건 어쨌건 정치성향을 떠나 참석하는 것이 사람 도리라서. 북토크가 ⅔쯤 진행되었을 때, 구입한 책을 마침 대충 다 훑어보았고 그 정도 시간을 자리 지켜주었으면 섭섭지 않게 성의표시를 한 것이니 슬그머니 나와 그렇지 않아도 처치 곤란한 책, 안내탁자에 반납하.. 2023. 12. 17.
기하학적 심층 이해의 난해함. 온수기로 향하는 인입 호수를 또 또 빠트려 먹었을 때 번뜩 든 생각. "가감승제도 모르는 군상들에게 기하학을 이해하라는 얘기였지..." 대로 1차 상수관에서 직접 연결되었으니, 수압이 센 수도. 그래서 세면실 온수기 설치하며 감압기를 설치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가는 뜨내기들이 쓰는 게 아니니 잘 알아듣고 사용하겠거니. 인입 유량을 쉽게 줄여 사용하도록 비싼 볼 밸브를 달아 놓으며 "압력이 세면 온수기 고장 나니 밸브 다 열지 말고 반씩만 열고 쓰시게" 했더니만 기하학적 심층 이해도가 필요한 난해함이었나 보다. 압을 버티지 못한 연결 호수를 툭하면 빠뜨리고, 공고 아드님은 어쩌고 툭하면 쫓아온다. 그나마 호수로 인입선을 연결해서 빠지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사망선고 내렸을 온수기. 어제 잡부 마치.. 2023. 12. 13.
설렁설렁 부직포 한 겹으로 덮어 놓고 갔던 무. 여행에서 돌아와 살피니 가생이 잎이 시르죽고 살짝 얼음 들었다. 밤사이 예보가 -6℃이니 하루 벗겨 놓아 일어선 놈들을 다시 두 겹으로 덮어 놓고, 떨어진 혈압약 타러 집을 나섰다. 약 타러 가는 길에 섣달 초일 내시경 예약된 다른 병원 들러 문진 후 사전 약 받아 들고 여인숙 뒷골목을 담배 물고 쭈욱 걸어 병원 도착해 문진 없이 혈압약 처방전만 받아 나와 길 건너 시장으로. "아니, 액젓으로 편하게 담지! 뭐 하러 그걸 사유?" '황석어도 액젓이 있어유?' "황석어는 없지. 근디, 왜 마누라가 안 담고?" '없슈!' "이런... 그럼 그냥 사 잡수시지 않고?" '몇 포기 심어놨으니 어쩌것슈? 그냥 버리기도 거시기허고...' "하긴, 담아 먹는 재미도 있쥬" 김치통.. 2023. 11. 29.
유배(流配)의 누옥(陋屋)에 비는 뿌리고... 증조모님 젯밥 올리고 정리해야겠다고, 어머님 기일에 쓴 향로와 촛대를 그냥 두고도 어이없이 그냥 넘겼다. 그러니 맘이 영 불편하다. 그래서 겸사겸사 선영에 다녀오려 했는데... 종일 비 오는 날. 그래서 집 나서지 못한 날. 몸은 물먹은 솜처럼 천근이고, 날은 우중충 을씨년스럽다. 다음 주 여행 떠나기 전 월동 준비하느라, 뽁뽁이 새로 붙인 거실 창에 커튼도 친 데다가, 서재 이중창도 안팎으로 모두 닫아 놓았더니... 빛 들지 않는 어느 산중, 이끼 뒤덮인 버려진 음산한 폐가의 골방 구석진 천장 거미줄에 꽁꽁 묶여 있는 것 같다. 그 을씨년스러움이 내 감정의 댐 한계를 훌쩍 범람해 콸콸 쏟아져 흐른다. 무겁다는 표현으로는 너무 가벼운 우울한 마음이, 찢어진 나뭇잎이 되어 그 물에 휩쓸려 이리 부대고 저리.. 2023. 11. 16.
오야가 멸치회 잡수시러 머언 남해로 떠난 날. 치과에 들러 나사 심은 어금니 하나 본뜨고 곧장 되짚어 돌아왔다. 오래된 집 마당엔 아직 볕이 멀었는데, 옥상 그늘 속의 배추와 무는 하루가 다르게 속을 채우고 있다. 점심 알람이 울린다. 이제 라면 하나 삶아 먹고, 서둘러 밀린 원고 정리해 보내고 저녁 약속 시간 되기 전에 토란을 잡을 생각인데 맘 대로 아구가 잘 맞을지 모르겠다. 지구별의 봉수에게 온 존재의 터널. 누구도 그 끝의 세상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길. 오늘도 나는 지금의 발자국을 내디뎌 뚜벅뚜벅 걷는다. 202311081230수 윤수일-타인 치과 -by, ⓒ 성봉수 詩人 2023. 11. 8.
궁상의 달인. '돈 떨어지면 쌀 떨어지고 보일러 기름도 떨어지더니..." 레인지 가스가 떨어질 때가 된 것 같으니, 밥솥이 고장 났다. 2주 전의 얘기다. 아무리 기다려도 김 빠지는 소리가 나지 않아 살피니, "내 솥을 어쩌구저쩌구..." 분명히 취사가 시작된 것을 확인했는데 그렇다. 바깥채에서 건너온 삼월이 언니, "밥이 여태 안 됐슈? 한 그릇 얻어가려고 했더니..." 설은 밥을 큰 냄비에 옮겨 담아 가스 불로 용을 써도 회생 불량. 한 번 하면 내 솥 꼭대기까지 해서 한 주는 너끈하게 먹는 양이니 적게나 했어야 죽이라도 쑤지. 그렇게 더걱거리는 밥을 다 먹어 치우고, 또 한 주는 아예 냄비 밥을 해서 용기에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뒀고, 며칠 전 증조부님 제사 모시려 이밥 한 것 먹어치우느라 다음 주, 어쩌면 그다음.. 2023. 10. 21.
빈칸 하나 채우다. '도대체 이런걸 어디서 찾았누? 배고픔. 밥 먹고 전화함' 오후 일곱 시 반쯤 도착한 문자. 2006년 발표한 시라고 두 편을 찍어 보내며 전화 달란다. 한 편은 내가 쓴 건데 한 편은 모르겠다. '혹, 내 시가 표절이라고 보낸 건가?' 두 시를 비교하며 몇 번 읽고야 모두 내가 쓴 시였다는 걸 알겠고, 숨겨 놓았던 창작 의도 역시 알겠다. 내가 쓴 시도 이젠 기억 못 할 형편이니 참으로 한심할 지경이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고 뭉그적거리다가 자정을 넘기며 모니터 화면을 다시 살리니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 '하...' 전화한다고 해놓고 까맣게 또 잊었다.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하며 유지하던 기억의 영역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나 보다. 정도가 점점 심해지니 큰일이다. 모아 놓은 수익금을 그냥 버리기에.. 2023. 8. 9.
기억의 미로를 걷다. 다섯 시 반. 모처럼의 자위적 왜곡 없는 날것의 시간, 안과 밖 창이 모두 훤하다. 나의 일조는 점점 짧아지고 그런 나를 집어삼키는 묵비의 광명은 불식간에, 모가지에 차올라 있다. 존재와 비존재가 상충하는 이 극명한 명암. 그 바닥을 더듬적거려 담배를 물고 하루를 연다. 그렇게 연 하루. 잡부에서 돌아오는데 아침까지 그대로였던 봉오리 하나가 혼자서 툭, 터져있다. '오래된 집 마당에 드는 잠깐의 빛. 그 빛에 간절한 모가지를 길게 빼고 또 한 계절을 살아낸 네게 감사한다.'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었으나 그러고 싶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조루를 들고 위아래로 다니며 푸성귀와 화단에 물을 줬다. 그러고는 샘에 쭈그려 앉아 얼추 일주일 전 선영 산골짜기 발치에서 뜯어 온 쑥을 .. 2023. 4. 29.
자조의 밤. 내가 오늘에서 돌아가 그때를 잡고 앉은 일. 그 어느 것도 염두에 둘 필요 없이, 내가 오늘에 있기에 가능한 일. 이런 내게 감사해야 할 일. 일곱 시간이면 귓구멍이 헐도록 원 없이 들었다. 202304242838화 조용필-뜻밖의 이별. 처량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처지가 되어버렸으니....쩝. 어깨 초음파(염증 협착), 스테로이드 주사, 물리치료. 약. 삼월이 까까. 안 시인과 첫 끼 술밥 저녁. 자자... 2023. 4. 25.
장 그대로. 현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무심코 바라본 멀리 오송의 뜰. 머지않아 대단위 공단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될 곳. 황사로 혼탁해진 하늘 저 끝 언덕 위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내 첫 직장으로 잠깐 스쳐왔던 곳. 지금도 그곳에는 그곳을 최선이라 여기는 누구의 아들딸, 어머니 아버지가 노동의 품을 팔며 신성한 땀을 흘리고 있겠지. "이 양반은 왜 기저귀를 차고 다녀?" 지난번 잡부에서 마주쳤던 영감탱이, 누더기 엉덩이에 기운 누루미를 보고 또 재미들린 추임새를 넣는다. 등골에 땀이 흐르도록 이른 더위가 왔던 날. 담배 먹는 막간에 바람을 따라 시선이 멈춘 곳, 부서지는 햇살이 은혜롭다. 대문에서 우편물 한 뭉텅이를 꺼내며 잡부에서 돌아왔다. 고추 모종에 첫 추비를 주고 씻고 들어와 빨아 말려 걷어 던.. 2023. 4. 22.
세 시다. 귀찮다, 자자. 윤석열 '4.19 경축사', '로이터 통신 인터뷰' 자괴감(연설 비서관:김동조-"자유" 타령의 장본인. 김건희 떨거지). 슬리퍼 교환. 수마트라 5(골드 1) 입어. 단호박(2), 여주(2), 채송화(혼합 4) 포트 모종. 초여름 날씨(식당 에어컨 가동). 202304192707수 Wilhelm_Kempff_-_Beethoven_Piano_Sonata_-_Tempest_3 어제-스킨, 코라겐, 김치국. 2023. 4. 20.
똥 막대기에 절하기. 어떤 이는 "혼자 사는 놈"이라 단정하고, 좀 아는 이는 "왜 그리 살까?"라거나 "뭐가 있어 붙어 있을까?"라거나 "그 모든 게 밖에서는 모르는 뭐시기가 있것지!"라고 하는데. 삼월이 언니 모친께서는 "마누라 고생 시키는 건달 놈"이라고 귀에 피딱지가 앉도록 혀를 차는데. 부복한 고개 아래 닭똥 같은 눈물을 8/8박자로 떨구며 회계의 염불을 목탁처럼 두드리던, 당랑의 앞발 같은 믿음의 갈퀴를 사방팔방 휘저으며 코미디언 아무개의 지 맘대로 중국말 같은 방언으로 은혜의 찬송을 하든 말든, 마누라가 이쁘면 처가 똥수간 막대기에도 절을 한다는데... 하물며 '삐약삐약' 내 새끼들 세상 나서는 모시통 닦는 일이야, 한 시간이 걸렸어도 그까이 꺼~! 똥막대기도 아니고! 202304172519월 태평가-이춘희 mi.. 2023. 4. 18.
강에 빠지다. 술 한잔하려고 진작에, 편의점에서 사다 놓았던 어묵탕. 부활절에 삼월이 언니께서 던져 주신 가래떡 먹다 남은 한 줄. 유통 기한이 2월 29일인 전내 나는 어묵탕과 조만간 곰팡이 필 가능성이 높은 비닐 팩에 담긴 가래떡으로 국물 떡볶이를 만들어 라면 사리 반 개 보태 저녁을 먹고 그 자리에서 스르르... 눈 뜨니 한 시 반. '밤여? 낮여?' 또 눈 뜨니 네 시. '밤여? 낮여?' 그렇게 일어나 뒤늦게 저녁 먹은 이 닦고 연유로 밀커피 타서 서재. 담배를 물고 컴을 켜고 Santana의 I love you much too much로 시작된 음악의 강에 헛디딘 발. 그 강에 빠져 떠내려가다 그 물속의 돌덩이거나 수변 발치의 야생화이거나 위태롭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흙덩이가 되어 있는 기억들과 부딪치며 휘돌.. 2023. 4. 15.
열려라 에바다 / 전광훈 전광훈 프로필 아!멤! 202304132810목 전광훈과 길 잃은 양들-열려라 에바다 잡시닷! 더보기 2023. 4. 14.
부활절의 명함 "썽 시인님, 어데요?" '집이쥬? 뭐시기 나팔 분다매요? 그니 슬슬 나갑죠. 자리 옮기면 전화 주시구...' "아이고, 시장님이 색소폰 불고 지금 노래 부르고 계신데! 퍼뜩 오이소!" '???' 지역 봄꽃 축제. 시장인지 땡감인지 뭐시기가 노래 부르든 내 알 바 아니고... 멀리 신도심에서 일부러 오셨으니 대충 탑시기만 털어내고 나가 탁배기잔을 잡았습니다. 마침 부활절이라고 달걀을 챙겨다 주셨고요. 부어라~마셔라~ 2차까지 하고 휘적휘적 돌아와 쪽 뻗었습니다. 아침에 눈 뜨고 게으르게 모닝 담배를 물며 어제 받아 온 명함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어떤 이는 없던 명함을 만들고, 어떤 이는 몇 번째 명함이 바뀌고... 각자 필요와 상황에 따른 선택입니다. '참 열심히들 산다.' 받은 명함에 대한 감상은 딱.. 2023. 4. 11.
후련하닷! 안고지고 오른 산. 어제 평소 안 쓰던 근육의 현실 참여가 혹사였는지 눈을 뜨니 몸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김밥 싸고 장비 챙겨 차 시동을 거는데 폰이 없다. 집으로 돌아와, 문단속하느라 바깥채 신발장 위에 올려놓은 폰 찾느라 얼추 30분은 버벅거렸다. 김밥에 넣을 달걀 스크램블 만들려고 냉장고에서 꺼내다가 하나를 떨어뜨려 깨뜨린 것도 그렇고 정신까지 어벙하다. 도중 조형 마트 들려 제주와 컵라면 사고 도착한 선영. 일하기엔 딱 좋은 날씨다. 먹을 것 챙겨 간 배낭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폰 앱으로 KBS 제3라디오를 틀어 놓고 사부작사부작 일하다 보니 12시 반 밥때 알람이 울렸다. 한 줄만 싸도 되는 것이었는데, 아침을 안 먹고 가느라 혹 몰라 두 줄을 쌌더니 반 줄은 남겼다. 남긴 반 줄은 돌아오다 .. 2023. 4. 5.
준비. 내일 오후부터 한식인 모레까지 비가 온다는 소식. 윤달을 낀 한식이니 자손 번성한 집안이라면 선영이 버글버글할 일이다. 가뭄에 이곳저곳 산불로 난리인데 먼지만 폴폴 날리는 선영을 생각하면 비 소식이 반갑다. 잡부 누더기 입고 장화 신고 상포사 들러 다섯 장 묶음 열 단을 마대 두 개로 나눠 챙겼다. 집에서 챙겨 간 다이소표 로프로 하나는 걸망을 만들어 짊어지고 또 한 자루는 끌어안고 산을 오른다. 처음 생각으로는, 안고 가는 것은 힘 버틸 수 있는 곳까지 가다가 내려놓았다가 걸망에 것 선영 발치에 먼저 옮겨 놓고 다시 내려와 옮길 생각이었는데... 차라리 쉬엄쉬엄 가더라도 한 번에 옮기는 편이 나을 듯싶어 숨을 헥헥거리며 끝까지 지고 안고 올라갔다. 밤나무밭 중간쯤 왔을 때 블루투스가 자꾸 끊긴다. 혹시.. 2023. 4. 4.
지금은 이런 때. 정오 무렵, 지난주 삼월이 언니 오빠가 삼월이 언니 부모님 사다 드린 병천순대를 얻어다가 내게 나눠줘 한 차례 먹었는데, 사나흘 후에 "아이들이 안 먹는다"며 뎁혀 먹으라고 한 접시 담아 부엌에 놓고 간 것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맛팅이 갈 것이 뻔해 순댓국을 끓여 먹었다. 연유로 뽀얀 국물 색을 내고 볶은 소금과 다시다로 밑간해 끓이는 동안, 밀폐용기의 순대와 부속물은 레인지에 한 번 돌리고. 끓은 국물에 내용물을 보태 한 번 우르르 더 끓여 새우젓으로 간 맞추고, 뚝배기에 밥 한 주걱 덜어 생파와 후추를 보태 맛나게 먹었다. 청양고추가 없어서 99점. 어제 사다 봉지 뜯어 바람 쐬어 놓은 밑거름과 마당에 뒹구는 삼월이 스테인리스 밥그릇 들고 옥상에 올라가, 화분 크.. 2023. 4. 3.
망각의 힘. 얼추 한 달 만에 상여 앙장(仰帳) 같은 안방 난방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기온이 올라 완연한 봄이니 조만간 걷어치워야 할 판인데, 막상 그리하기 전에 왠지 하루쯤 자줘야 할 것 같은 맘이 동했는데 이유는 모른다. 잡부 나가려고 거실로 나와 불을 켜고 시각을 확인하니 운명하셨다. 기억엔 이 시계 건전지를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니 적어도 이곳 주인이셨던 아버님 돌아가시고도 여태 그 시간을 잇고 있었다.-건전지 하나의 용량이 그렇게 오래일 리는 없으니 분명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는 갈았을 듯싶은데, 무언가를 기억 못 하는 내가 오히려 반갑다. 4월 첫날. 새 시간을 연다는 게 우연치고는 예사롭지 않다. 사다 놓은 건전지를 확인하니 하필이면 맞는 사이즈만 없다. 사월 첫날 새 시간을 여는 이 예사롭..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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