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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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바다로 가는 길.

by 바람 그리기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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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거지하러 부엌에 들어서서 찬장에 잔부터 꺼냈습니다.
 유입처가 불분명한 데미타스와 부모님께서 쓰시던 잔도 하나 꺼냈습니다. 잔은 우선 옆으로 밀어 두고 밀린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설거지 하러 부엌으로 들어서기 전, 서재 컴에 저장된 음악을 틀어 놓았습니다. 랜덤으로 재생되는 음악 중에, 전영록 선생의 "철 지난 바닷가"가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가사를 따라 가사와 똑같은 심상을 그려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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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는 이 없는 바닷가를 떠올렸습니다.
 그 바다는 참 외롭고 쓸쓸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이가 찾아오지 않는 그 바다가 참으로 쓸쓸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것을 잊은 이 때문에 외롭고 쓸쓸해진 바다가 안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가 외롭고 쓸쓸해지도록, 어쩌면 바다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영영 잃어버려 다시는 바다를 찾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바다로 향하는 길을 잊기 위해 바다를 그렇게 찾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잊었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잃었다면 슬픈 일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일상이 바다를 잊을 만큼(더 바쁘거나, 더 행복하거나,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게 무감각해졌거나...)의 크기로 몰입되어 있거나 치이고 있다면. 그래서 그 일상이 처음이자 끝인 원래의 자리(시,「파도는)였다고 만족하고 있는 것(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인정하거나 포기하며 살고 있지만요)이라면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길을 나섰으나 길을 잃어 바다에 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면 어떡하나... 생각했습니다.
 아,
 의지와 무관하게 길을 잃어버려 떠돌게 된다면...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기도했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을 잃지 말게 하소서..."

 

 
 202505111740일
 Jean Claude Borelly - Concerto De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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