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밖 댓돌 위에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푸더덕거리는 소리가 삼월이 같습니다. 똘똘이랑 또 술래잡기 중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포란(抱卵) 중인 새처럼 댓돌에 웅크린 삼월이 그림자가 미동 없이 이차 행동이 없습니다.
"이상타?"
하던 일을 잠시 접고 마당으로 내려섰습니다.

쥔장은 쫓겨나 안채 댓돌 위에 있고, 이놈은 남의 집을 차지하고 한가롭게 오수에 빠져있습니다. 마치 갓난아이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것처럼, 토끼처럼 깡총거리며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픽 쓰러져 죽은 듯 잠드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 요놈의 일상이니 방금까지 방울 딸강거리며 뛰어다니다가 금세 잠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데... 그렇지 않아도 삼월이 신도 셋째가, 교주를 귀찮게 하는 똘똘이를 가끔 쥐어박고는 하는 데 이 모습을 보면 어찌할지 우려됩니다.
얼추 전설만큼 시간이 흘러 소 뒷걸음질에 밟힌 것처럼 오만 원이 당첨된 로또. 그게 몇 주 전인데, 담배 사러 나서는 김에 들고 나섰습니다. 로또를 바꾸고 바꾼 돈으로 담배를 사서 돌아오는데 귀가 간지럽습니다.
"가끔 와서 혼자 청승 떨던 늙수그레한 놈은 어디 가서 뒤졌나?"
둘째 환송 식사 자리에서 먹은 어제까지, 이러쿵저러쿵한 이유로 연달아 먹는 술인데. 요즘 루틴을 벗어난 일정이었으니 단골 주점 아지매 환청이 들릴 만도 합니다.
마침, 배도 고프고... 건재함을 증명하려 시키지 않은 일을 시작합니다.

지진 두부와 볶은 짐치와 막 된장과 고추장과 양념장에 양파와 매운고추까지.
모처럼 술밥 맛있게 먹고 돌아왔습니다.

먹을 만큼 먹고 돌아와 서재에 앉아 헛발질의 미로를 따라 걷다 보니, 별이 내려앉은 숲 속 바위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위에 앉아 밤새 소쩍새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이미 떨어진 별을 깔고 앉아 어제를 추억하며, 하찮은 세상사에 무관한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 같은 별을 올려 보며, 이렇게 소쩍새 소리를 듣는 그 어느 밤이 내 생에 한 번은 올 날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고.
전설의 숲 어둠 속에 혼자 그렇게 앉아 있을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20250531토
장계현-잊게해주오mix바람종2023봄&소쩍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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