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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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선생님,

by 바람 그리기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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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오늘도 볕이 좋습니다.
 떨어진 혈압약을 처방받고, 툭하면 빨래할 일이 많아질 계절이 돌아오니 나간 김에 시장 마트에 들러 가루비누도 챙겨 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개봉하고 거실에 벌려 놓았던 커피머신 자리를 찾아주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서재에 놓고 쓰던 선생님께서 보내주셨던 머신을 치우기로 했습니다.
 광에 가서 챙겨두었던 박스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먼지를 털고 안으로 들여 확인하니, 선생님께서 처음 보내셨던 원두 봉지를 버리지 않고 박스 안에 넣어두었더군요.

 쓰인 글귀를 천천히 읽는 동안, 지나온 기억들이 와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콩을 가시라 어머님께 핸드밀을 건네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던 어느 날의 풍경이 스쳐 갔습니다.
 조용하고 한가한 날, 창을 넘어 방바닥에 비껴 늘어진 햇살 같은…. 참 따스하고 행복한 기억이었습니다.
 저는 그 행복했던 한때의 기억에 매달려 애틋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맘으로 한동안 먹먹허게 멈춰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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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생님이나 저나, 그 시간 안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 감당 못 할 것 같던 시간도 지금은 그믐밤의 그림자처럼 옅어지고, 서로의 안부도 잊고 지낼 만큼 일상은 무덤덤한 것이 되었나 봅니다.

 선생님의 SNS에서 꽃이 만발한 업장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꼭 한 번 들려야지…."
 문득, 나서기에는 너무 먼 곳.
 언제일지 모르는 다짐을 또 합니다.
 그저, 마주 앉아 뵐 날까지 늘 평안하시기를 빌겠습니다.

 

 
 202505082408목어버이날
 들무새_기타-사랑하는 그대에게

-by, ⓒ 초난 선생님께 성봉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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