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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잡부 품팔고 돌아와 처마 아래로 비설거지 하고 나갔던 빨래 먼저 마당으로 내 걸고 용변 보러 건너 채 건너갔다가 혹시나? 살펴보니 역시나다.
세탁기에 반쯤 찬 빨랫감 위에, 겨우내 서재에서 입었던 오리털 점퍼. 외출 옷 한 벌. 수면 내의 한 벌. 무릎담요를 함께 넣고 빨아 내 옷만 꺼내(시간이 이미 오후이고 밤사이 비가 온다 하니) 널었었더니, 빨아 놓은 빨래 위에 새 빨랫감이 보태있다.
볕이 이리 좋은데...
씻기 전에, 어제 빨아 놓은 빨래를 다라에 챙겨 앞장서는 삼월이 따라 1층 옥상으로 올라가 빨래를 널고(쇠똥 떨어지고 최근까지 사시사철 양말을 신고 다니던 아드님. "애비야, 니 아들 왜 양말 신고 다니는지 아니? 발바닥에 뭐 달라붙는 게 싫단다. 승질도 똑 지 할아버지 닮아서 까다로운게벼..."-99%가 아드님 빨래다) 뒤돌아서며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읊조림.
"저 많은 화분에 종류별로 두어 포기씩만 푸성귀를 심었어도... 볕에게 미안하네"
서재 창밖 바깥 샘 슬레이트 지붕 위, 한동안 보이지 않던 참새가 돌아왔다.
바람종의 노래가 환장하도록 기름진 해거름에 첫 커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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