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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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백색소음.

by 바람 그리기 201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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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보가 무색하도록 청명한 하늘. 햇살 또한 따사롭게 부서져 내리는 한가한 역 광장.

기차에서 쏟아진 학생들의 종종걸음이 끝나갈 무렵, 스튜핏이 제대로인 잘생긴 사내의 당당한 걸음이 합류한다.

'깔 나네...'

역 광장이 끝나는 곳에서 이쁜 청년이 뛰어와 사내를 맞아 서류 가방을 건네받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또 한 사내는 열어놓았던 트렁크를 사뿐하게 닫고 뛰어와 배꼽 인사를 올린다. 서류 가방을 받았던 사내가 차의 뒷문을 공손하게 열고 닫고, 앞문으로 다급하게 오른다.

지금의 짧은 풍경이 되었던 시간은, 미끄러지듯 사라진 고급세단과 함께 꿈처럼 사라졌다.

'어쩐지…. 잘 생겼더라...'

 

갑자기 그 사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철야의 쓰린 속의 내게 담배를 나누며, 퇴사를 말리며 건네던 동료의 "고용보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

월담을 허락하지 않는 파블로프의 달콤한 종소리!

 

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지금에 쏟아진다.

그들의 뒤통수에 달라붙는, 폐쇄 된 자전거 보관소 입구에 모여 앉아 막걸리를 나누는 이들의 열변 소리...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그게 지금을 사는 내 모습이다.

 

참, 그 멋진 사내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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