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 삼월이와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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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볕 좋은 날, 삼월이와 앉아.

by 바람 그리기 2017.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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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은 날.

막내딸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날.

엄마와 함께 가고 싶어 해서,

응달의 빨래를 햇살을 따라 빨랫줄에 널어놓고 삼월이 언니 퇴근을 기다리며 뜰팡 한쪽에 삼월이와 함께 쪼그려 앉아 담배를 빱니다.

 

발정 난 것을 그냥 건너뛰어서인지,

심드렁한 삼월은 먹이를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도통 우리 밖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 모습이 하도 꼴 같지 않아, 오늘 아침에는 삼월이가 먹이를 먹는 사이 우리의 입구를 막고 지붕도 열어두었습니다.

"지지배야! 네가 무슨 상전이라도 되냐? 밥 먹을 때만 바깥출입이니! 볕이 이리 좋은데 말이야!"

삼월의 칩거가 이해는 갑니다.

돌쇠와의 급작스러운 이별과 그 유복견 새끼들도 어느 아침에 사라지고 혼자 겨울을 나야 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 장에 맘에 드는 놈이 없는지 한번 둘러보기는 했었는데요, 다음 달에는 강아지 한 마리를 들여야겠습니다.

 

담배 한 대 먹고,

씻고,

출발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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