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가 사람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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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삼월이가 사람이 되어 간다.

by 바람 그리기 202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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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을 보러 바깥채로 건너가는데, 삼월이가 느리게 기어 나와 기지개를 켜고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알랑방귀를 뀐다. 폼이 틀림없이 공복이란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정체불명의 구정물이 담긴 세 개의 각기 다른 그릇이 놓여있다.

 

라면을 삶아 구탱이에 숨어 앉았는데, 삼월이 눈이 예사롭지 않다. 여태 보지 못한 눈이다. 마치, 군대 유격장에서 죽어라 뺑뺑이 돌고 난 후의 독이 오른 눈 같다. "빨리 밥 안 줘!"라는 말과 함께 욕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허~~. 그릇마다 가득하니 줄 수도 없고 안 줄 수도 없고 난감허다.

 

'너, 이거 먹것어? 매울 텐데...'

그릇 하나를 샘에 비워서 남은 라면 국물 조금에 꽁치 깐스메 지진 거 조금 떼 넣어 비린 맛을 감미해 사료를 말아 진상했다.

 

*쪼르르 달려와 궁딩이를 흔들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다 잡수신 모양이다.

 

오래된 집 마당에 바람종이 짜랑짜랑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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