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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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새는 바가지.

by 바람 그리기 201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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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치우면서 안채 스토브에 떨어진 가스 시켜서 불 지펴드리고.

콩을 갈아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그제 삼월이 언니가 세탁기 아구리가 터지도록 돌려놓은 빨래를 널어야겠다고…….

 

한파가 온다는 소식에

"세탁기 배출수 관이 얼기 전에 한 번 돌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없던 세탁물까지 챙겨 돌린 것까지는 좋았다.

 

병원에서 잠시 들렸던 어제는 구진 날씨에다 워낙 세탁물이 많아 양발과 속옷들만 챙겨 우선 널고 말았는데…….

샘에 가보니 어제 빨래를 꺼내 놓았던 함지박 안에 내 바지와 연우 운동복만 남아있다.

(어제 퇴근해서 널은 모양이네)

남은 옷을 빨랫줄에 널려는데….

'이건 생크림 통에 담갔던 거여 뭐여?'

이미 널어놓은 빨래를 살펴보니 매한가지. 일부러 이리하기도 힘들 텐데, 아마도 어머니 주머니에 있던 휴지가 풀어진 듯싶다. 그뿐만 아니라 겨울 빨래는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마르는 줄 뻔히 알면서도 빨래들을 털지도 않고 그냥 널었는지 그 모양이….

"집에 다니러 와서 교복을 내놓으면, 빨기 전에 봉창을 살펴봐도 담배 부스러기 같은 건 보이지 않아 (우리 아들이 공부는 안 해도 나쁜 짓은 하지 않는구나!)"고 안도하셨다는 엄마의 오랫적 두런거림이 생각난다.

새는 바가지 만세다!

 

*염병할!

빨래도 빨래지만,

도대체 눈이 안 보이는 건지 머리가 안 보이는 건지, 쥐 끈끈이를 몇 번이나 밟아서 슬리퍼를 신어도 실내화를 신어도 이놈에 신발들이 양발에 붙어 안 떨어지게 만들어놨으니…….

하느님 아버님, 이 불쌍한 영혼을 굽어살피소서!

엄마 또 절구질하고 계시겠다. 커피나 들고 얼른 건너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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