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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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속상하다.

by 바람 그리기 201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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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어머니를 깨우는데,

"나, 이거 어떡해? 여기 막히면 위쪽에다 혈관 찾고, 거기서 혈관이 안 나오면 죽는 건디. 정보과장이 그렇게 죽었잖어"

요즘, 인조혈관 상태가 안 좋아져서 시술에 애를 먹으시더니 꿈을 꾸신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씻고 마취 연고 발라드리고 옷 갈아입으시라 챙겨 놓고 건너와,

나도 씻고 병원 모시고 가려 건너가 복대와 겉옷을 챙겨 드리려는데 고개를 숙이고 계시다가

"아이고, 나 어떡해…. 나 어떻게 죽어!."

 

앉은채로 몸을 동동 구르시며 흐느끼신다.

어머님이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신 것이 처음이니 가슴이 철썩 무너지며 나도 덩달아 겁이 나고 당황스럽다.

"엄마! 또 꿈꾸시고 엉뚱한 말씀을 하셔! 주미네가 우리 집 세 산 것이 삼 십 년도 더 된 얘긴데 무슨 그런 말씀을 꾸미셔! 그러고, 설령 거기가 막혀도 딴 데로 하면 돼요. 우리 병원에도 목에다 하는 사람들 많어. 그리고, 인명은 재천인데 하늘이 부르기 전엔 못 가는 겨!"

어머니의 그런 모습 앞에, 종일 맘이 무겁고 불쌍도 하시고…….

어머님을 최선을 다해 모셔야 하는데, 항상 맘뿐이니.*

-2017.3.20.월.

 

속상하다.

속상해서, 안채로 건너오며 단무지 한 쪽에 빼갈 한 곱부를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창자가 자르르 불이 붙더니, 이내 속을 흝는다.

머리가 핑 돈다.

속상하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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