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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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어렵게 살기.

by 바람 그리기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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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립도서관에서 ▷여규용(소금꽃동인회장)▷김일호(세종문협,백수문학회장▷그냥 끌려 간 이▷장석춘(세종시인협회장)

 약속됐던 오전 일정을 마치고 골짜구 볕 좋은 곳을 묏자리처럼 차지한 식당을 찾아 포식.
 편의점에 들러 담배와 떨어진 라면 챙겨 들어갈 생각에 역사를 가로질러 광장으로 나선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여름밤이면 캔맥주 몇 병을 잡고 가끔 앉아있곤 하는 곳. 서둘러야 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견공의 영역표시처럼 담배 연기를 뿌리며 머물다 가는, 일상의 터닝 포인트 같은 곳.
 오늘도 변함없이 담배 한 대를 먼저 뽑아 들며 고부의 손때가 묻은 몽당 부엌비 같은 나무 아래로 향한다.

 

 '어?'
 "나무는 그 나무인데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더라"라던 고향 유감의 탄식이 터질 판이다.
 담배 연기에 지려서인지 어쩐지, 천상 부엌비 거꾸로 꼽아 놓은 듯한 나무는 그대로인데 쓰레기통이 없다. 그제야 흡연 부스를 안내하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공공장소마다 거의 상설화 되어 있는 흡연 부스.
 명색이 광역자치시의 관문 역인데 늦어도 한참 늦기는 했다.

 

 흡연 부스 안과 밖을 반쯤 걸치고 서서 담배를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또 이렇게 나였던 시간을 송두리째 버리고 남의 시간 안으로 들어왔구나. 반평생도 더 되게 걸어온 노정을 껑충 뛰어 전혀 다른 세상으로 옮겨오는 게 너무 쉽고 고민 없고 간단하구나...'


 20대까지도 기차는 물론이고 시내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세상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이미 적당한 거리에서부터 서서히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었던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제까지의 시간이 순간의 웜홀을 빠져나와 전혀 다른 우주 어디의 왜곡된 시간 위에 도착한 듯한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코흘리개 유년 시절부터 뛰어놀던 공간이었으니 각인된 시간의 의미가 남달라, 이 광장에 어울리는 기억의 연속성이 하루아침에 단절되어버린 듯한 이기적인 착시에 빠져버린 겁니다. 하지만 그 사팔눈의 사고보다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아무런 느낌이나 감정 없이 당연스레 흡연 부스로 향한 내 모습을 상기하면서였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받는 듯, 사육된 듯, 일말의 고민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흡연 부스로 기어들어 온 내 모습을 말입니다. 물론, 사회적 논의와 합의로 정해진 규범을 지켜 따르는 것이야 그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당연한 일이고 그래야만 그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흡연의 행위가 노지에서 부스 안으로 바뀐 것에 대한 단편적인 사항이 원인은 아닙니다. 그 이동의 순간 동안 내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지어 이동하고 있는 어떤 물건이 되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쯤이라고 할까요?

 범부의 삶에 개안이란 힘든 일이고 결국엔 아무 생각이 없거나 고민 없이 받아들이며 물결처럼 한생 흘러가는 것이 정답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몸의 생각은 가끔 왜 이렇게 괴팍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우주의 배꼽이다.' '내가 나다'라는 생각이 들 때면 말입니다. 쌀눈보다도 작은 시간을 떼어먹고 살고 있으면서 말이어요.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재떨이 앞에서 / 성봉수

 재떨이 앞에서 / 성봉수  다 탔거나 못 탔거나  적어도 여기서라면 효용의 시간은 멈췄다  연속성을 잃은 사차원의 비움이  삼차원의 오늘에 담겨 있는 모습이라니  어느 깨달은 이의 해탈

sbs150127.tistory.com

 
 202201175228화
 Alex_Fox-Eyes_Of_Elvira_-_바람종mix만약에
 나의 이런 상실감의 저변은, 지역의 특성상 몇 년 사이에 순간 사라지고 뚝딱 생겨나는 급변에 대한 감정의 대미지가 큰 탓인 듯합니다.
 아까, 어릴 때 외갓집에서 품에 안고 온 첫 강아지('쫑')의 이빨 갈아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해변에서 주은 갯다슬기를 몰래 뒤돌아서 쪽쪽 빨아먹던 둘째가 나를 닮았나? 생각했습니다.
 아이고, 머리 깨지것고... 혓바늘도 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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