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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커튼 안에 웅크린 나나 어젯밤부터 혼자 떠들고 있는 EBS 방송이나 알 길이 없다.
('염병, 눈이 내리네….')
뇨기를 참다 참다 문을 밀치고 나서니, 오래된 집 마당에 펑펑 쏟아지고 있는 눈.
('날이 풀린다더니,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나 보네....')
삼월이가 우리 안에 웅크리고 꼬리를 흔든다.
('불쌍한 것. 밥은 먹었나?')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일들.
언제부터인지, 삼월이 밥 챙겨주고 나서는 것도 멈췄다.
('말 못 하는 짐승은 챙겨줘야지. 불쌍한 것….')
'삼월아, 밥 먹었어?'
빈 개밥그릇을 보면 안 물어도 뻔한 일이지만….
따라 나서는 놈 곁에, 아이들이 사다 놓았던 옷이 보인다.
입혀줬더니 그대로 얼음이다.
사람 먹이 냄새 나는 것이라도 따스운 물로 훔처 내줘야겠다.
싱크대 위,
어제저녁에 남긴 밥사발이 보인다.
삼월이 핑계로, 약 핑계로, 미역국 한 국자를 보태 레인지에 돌려 앉았다.
삼월이,
여태 얼음처럼 서 있는 게 아닌지….
얼른 따신 물로 그릇 부셔서 사료 한 줌 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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