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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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오지 않는 편지.

by 바람 그리기 2017.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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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일주일 중 가장 여유로운 요일.

다른 날처럼 조반을 자신 어머님을 샘으로 모셔 씻게 하시고 콩을 갈아 커피를 내린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오래된 집 마당 샘가의 의자에 앉아 내게 허락된 지금의 풍광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화단의 초록 물결….

완두콩처럼 웅크려 겨울을 나섰다, 아기의 손처럼 계절 안으로 곰지락거리고 있는 고욤나무의 잎들….

정적을 깨고 연신 바람을 그리는, 처마 아래에 두 개의 바람 종….

양달쪽에 넉넉하게 앉아 게으른 하품을 하는 삼월이….

 

그 모든 정중동 안에 나를 누이고, 오늘의 나를 만든 관념의 옷에서 초연해지고자 생각의 끈을 놓아버리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쓸쓸함.

폰에서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어느 것도, 내가 아닌 것이 하나 없도록 절절해진다.

 

멀리에서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그들이 내려다보는 먼지보다 작을 내 존재는 얼마나 덧없음일까?

 

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는 일은 참 쓸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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