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둔 장에 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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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사둔 장에 간 날.

by 바람 그리기 2017.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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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죽것다. 오늘은 일찍 자자'며 시간을 보니…. 헉! 6시가 넘었다.

밤에 컴퓨터 앞에 들고 앉았던 잔을 보니, 식은 커피가 반이나 남았다. 커피 마실 여유도 없었네…. 어차피 날이 밝았으니, 마당에서 시원한 공기 마시며 커피나 한잔하고 자자.

남은 커피에 온수를 채워 마당에 나섰는데, 노란색의 난꽃이 망울을 벌기 시작했다. 오래전, 내가 업장 개업식 때 받았던 축하 환인데, 필요한 사람들께 나눠주고도 예닐곱 개가 남았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분갈이를 하며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그냥 자기들끼리 크도록 마당 한쪽에 내놨다가 날이 추워지면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 고작이다 보니 꼴이 엉망이다. 이제 것 노란 꽃은 한 번도 핀 적이 없었는데 희한한 일이다. 그간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6시부터 8시까지.

10분에서 30분 간격으로 설정되어있는 핸드폰의 알람. 6시 반이 다되어 자리에 들었으니 잠을 깊이 잘 턱이 있겠나. 자는 둥 마는 둥 눈을 떴다 감았다 엎치락 거리다, '휴일이니 맘 놓고 자야지….'

11시가 다 되어 일어나 화장실에 앉았는데, 삼월이 언니의 기척이 없네. 이상하다? 헉! 자기들 방에서 두리번거리는 아이들 소리를 듣고,

'엄마 오늘 출근했니?'

"예"

'아이고! 그럼 할머니 진지는? 큰일 났네!'

서둘러 안채로 뛰어 건너가니 어머니께선 자리 안에 계시고, 연우가 할머니에 엇비켜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둔 장에 간다니 씨갑 망태 따서 따라나선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남들이 연휴라니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셋째와 막내가 기숙사에서 돌아왔으니 당연히 휴무려니…. 하고.

다 큰 계집아이들이 둘이나 있으면서도 고등학생 남 동생이 할머니 진지를 챙겼으니 이거야 원….

밤을 새워 메일 발송했더니 여태 안 읽어본 건 또 뭐랴?

 

딸딸이 찍찍 끌고 길 건너 읍사무소에 가서 사전 투표나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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