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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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이 풀 이야기.

by 바람 그리기 201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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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암의 치유에 좋다는 이 풀.

항암에 즉효인 민간요법을 찾아 어느 외국까지 가서 구해왔더니,

어느 날 보니 우리나라 어디에고 널린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 풀.

"구하면 얻으리라"더니, "궁하니 알게 된" 이 풀.

지금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연에 매달린 이들이, 인터넷을 뒤지다 알게 될 이 풀.

한때는 기를 쓰고 뽑으러 다녔습니다.

얼만큼을 뽑아 말려 택배로 보내고, 또 그 곱절은 되게 뽑아 말려 두었더랬죠.

누구나가 자신에게 닥친 선택의 순간에는 머뭇거리기 마련입니다.

택배로 보냈던 이 풀이, "기억될 성의" 정도로만 어느 구석으로 쑤셔박혔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렇게, 누님은 잡수시지도 못하고 떠나셨겠죠. 하지만, 워낙 위중한 병세에 믿을 곳은 주치의의 입뿐이었겠으니 이해합니다.

 

따님 면접장에 모시고 와서 건물 밖 도로에서 담배를 먹습니다.

한때,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던 이 풀이 눈에 띕니다.

잠깐 사이에 한 움큼을 뜯었습니다.

막 꽃이 피려고 하니, 지금이 약효가 제일 좋을 때인듯싶습니다. 끈적끈적, 덕분에 손이 이리되었습니다. 부러진 부분에 하얗게 나온 진액이 보이시죠?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생명력과 함께, 항함에 효과와 있다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누님이 병마와 싸우던 몇 해.

내가 한 것은 이 풀을 뜯어 보낸 것뿐이었습니다.

몇 해를 병원에 들락날락했어도, 문병 한번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첫 문병.

그다음 날 귀가하는 차를 기다리던 서울역 플랫포옴에서 다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병원으로 갔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누님은 떠나셨습니다.

"니 큰 누이가 한복을 이쁘게 입고 생긋생긋 웃으며 엄마한테 왔더라. 니 누이 뭔 일 있니?"

누님 삼우제를 모시고 돌아왔을 때 어머님이 하신 꿈 이야기.

하지만 임종하시는 순간에야 귀엣말로 알려드렸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그때 누님 돌아가셨어요. 이제 그곳에 가셔서 누님도 만나고 아버지도 만나세요'

 

오늘은 이 풀을 보리차와 함께 달여 먹어야겠습니다.

매미 소리가 요란스러운 만큼 더위도 요란 맞은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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