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
본문 바로가기
낙서/┖ 끽연

인과(因果)

by 바람 그리기 2025. 1. 23.
반응형

 

 눈을 뜨고 담배 몇 대를 연거푸 피고 안경을 찾아 쓰고 일어나 앉는다.
 머리맡, 문이 열린 안방에서 들리는 소음, 빈방에 밤새 틀어 놓은 온풍기 소리.
 방으로 들어가 온풍기를 끄며 마주하는 화분들.
 "너희를 위해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올곧이 너희가 맞은 온기의 시간을 기억하렴. 조상님의 희생과 사랑이 현생의 내게로 이렇게 발복한 것처럼, 너희도 우주의 어느 시간에 그리해주렴!"
 전열기 전원을 끄고 돌아 나오며 떠오르는 음악,
 김연숙의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신 임이시여"

 발치 아래, 바짝 마른 그릇과 백김치와 며루치볶음이 담긴 저녁 먹은 쟁반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서 설거지통에 담가 놓는다. 
 목이 깔깔하다.
 연하게 탄 커피를 들고 서재로 들어선다.
 "발복. 그래, 지금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후대 발복의 인과를 믿고 발원했던 겸손의 손 모둠처럼, 내가 누구를 지극히 그리워하고 있다면 이미 그 누구로부터 그만큼의 그리움을 받았거나 줬거나... 오늘의 내게 작동하는 정상적인 인과(因果)일 게야. 그 감정의 정체가 요(凹)인지 철(凸)인지 단정할 수 없겠지만, 주든지 받든지 그 어느 쪽이건 결국은 그렇게 서로가 맞물려 오늘이 되고 지금이 되어 내가 되어 있는 거지. 어차피 현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한한 시간의 굴레라면, 이 굴레를 존재하게 하는 한 조각일 수 있는 사실에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인 것이지"

 설 연휴가 코앞이네.
 오늘은 문상 다녀와야 하고, 내일은 잡부 다녀와야 하고, 장 보러도 다녀와야 하고, 청소도 좀 해야 하고...

 
 202501230703목
 동요-진주조개잡이
 잡부/ 연기/ 보건소/ 과일 set 착/ 멋글씨 원고 일괄 송부(9x2편)

반응형

'낙서 > ┖ 끽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문현답  (0) 2025.02.03
잠 안 자는 개, 방카르(Bankhar)  (0) 2025.01.28
난감허넷  (0) 2025.01.22
허비.  (0) 2025.01.18
어구구...  (0) 2025.01.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