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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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정적.

by 바람 그리기 201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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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을 나시고

아침 무렵에야 간신히 잠자리에 드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깨워 아침을 잡수시게 하는 일이 보통 대간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혼자 계시게 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것도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니고.

망설이다, "꼭 참석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설거지를 담가둔 채 외출.

나간 김에 어머니 국거리를 사러 장에 들렀더니, 페루(칠레인지 암튼….)산 장어가 안 들어온다네. 그렇다고 문어만 사다 끓이기도 그렇고….

 

대문을 밀치니, 두 놈의 바람 종이 고즈넉하게 울며 빈 마당을 지키고 있다.

비 멎은 화단엔 새순이 돋아오고, 장미는 가시까지 성하게 물이 올랐다.

불두화도 겨울을 잘 나고 순을 돋고, 지지난 장에 사다 심은 물앵두도 꽃이 벌기 일보 직전이네. 작년 가을에 가지치기했던 매화는, 가지 끝마다 사마귀처럼 다닥다닥 꽃망울이 맺혔다.

삼월이가 우리에서 조르르 달려 나와 발가락을 핥는다.

 

정중동의 오래된 집 마당에 춤추는

평화로운 바람 종소리.

배고프다….

어머니 깨워 점심 차려 먹고,

마당에 쥐 끈끈이 놔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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