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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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태우다.

by 바람 그리기 2016.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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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을 기다려 어머니 파마를 말고 밥때가 훨씬 지나 현관문을 열었다.

저녁상을 차리고 기다리던 삼월이 언니의 눈빛이 뾰로통하다.

명절도 다가오니 어머니 파마 마시는 중간에 내 머리도 손 봤다.

'그냥 알아서 잘 깎으세요'

그러고는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염색한 머리가 제법 길어 웨이브가 진 반 곱슬머리를 두고, "브리지가 참 이쁘다"라던 머리가 짧은 상고머리로 바뀌어 버렸다. 내심으로야, '이 상태로 보기 좋게 다듬어 주겠지….'했는데.

 

기계로 밑을 돌렸으니 짧은 머리칼의 특성상 흰머리가 분이라도 뿌려놓은 것 허옇다. 곱슬 안에 감춰있던 현실을 접한 삼월이 언니가 나보다 더 당황스러워한다.

"아이고 어머니! 지금 저렇게 머리를 허옇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리고 아비 나이가 그럴 때도 아니고요!'

"길어서 나오는 머리를 어쩔 도리가 있니?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저리 잘라 놓으니 얼마나 젊어 보이니?"

삼월 언니와 어머니께서 내 머리칼을 사이에 두고 말꼬리에 말꼬리를 연 잇는다.

('내가 또 태우는 게 정답이네!')

 

문상에서 돌아온 1시 반부터,

혼자 거울에 매달려 또 태웠다.

-정한용만 나오면, 어쩜 네 눈을 빼다 박았느냐며 웃으시는 어머니. 지금 보니 그럴 듯도 하다.

-기온이 많이 풀렸네. 응달의 샘 지붕에 쌓인 눈도 녹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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