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와 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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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퍼머와 염색.

by 바람 그리기 201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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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컨디션 최고의 리듬에 딱 들어맞은 날.

식전 댓바람부터 기침하시고,

슬그머니 마당으로 나가 일상을 챙기신다. 덕분에 졸린 눈을 비비며 어머니 꽁무니를 쫓아 다니는데, 뚝배기를 레인지에 올려놓으신다.

"아침 먹으려면 된장이라도 끓여야지!"

시장하신 게다.

자리 잡고 앉아계시게 하고 혈압과 혈당을 재고 인슐린 주사를 놓고 서둘러 아침을 챙겼다.

 

딱 오늘이다.

벼르고 작정한 것이 지난 설 이후부터.

점심을 챙겨 먹고 파마를 하러 모셨다.

잘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괙, 괙"

속이 울렁거린다고 또 샘에 가서 올려붙이신다.

잘 마무리되었나 싶었더니, 급격하게 체력이 고갈 되도록 힘에 부치신 게다.

 

머리가 길어지니,

모범 가장 개저씨 같은 내 모습._근간에 인터뷰 촬영한 것을 보니 더 그렇다.

어머니 모시는 김에 나도 개저씨 허물을 벗을 요량으로, 점심 차리기 전에 염색을 하려는데…….

'오렌지 색 샴푸 타입'

딸이 사다 놓은 거품 염색약이 보인다.

잡았던 검은색 새치 염색약을 놓고 바꿔 잡았다.

 

'이런…….'

머리를 자르고 나니,

옆 통수에 흰 머리칼엔 물이 하나도 안 들었네.

검은색으로 다시 들이게 생겼다.

사랑하는 황금색 브리지만 없애버렸다.

 

"형이 군청에 다니는 머지미 사는 사무꾼..."

40년 전 빌려준 손수레를 또 찾는 것을 보니,

어머니 뒤집혔던 속이 어지간히 가라앉은듯싶고.

 

오늘, 큰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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