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님,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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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하느님 아버님, 용서하소서!

by 바람 그리기 2018.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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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 반.

라면을 삶으려 냄비를 찾는데,

엎어 놓은 놈.

올려놓은 놈.

작은놈 큰 놈….

아무리 뒤적거려봐도 모두가 음식 찌꺼기로 덕깽이가 졌다.

하느님 아버님….

 

건너 채에서 들리는 인기척.

'그래도 처음 출근하는 아들놈 밥 챙기는 모양이네'

 

여섯 시.

씻으러 건너가니, 아들 방에 켜있는 불.

'벌써 씻었어?'

"녜"

와이셔츠 깃을 세우고 타이를 메려 하고 있다.

씻고 나와, 타이 맨 것이나 챙겨주려 들어서는데,

앉아있는 아들놈 와이셔츠 등짝이 꼬깃꼬깃하다.

하느님 아버님….

'세상천지, 처음 출근하는 놈 와이셔츠가….'

궁시렁 거리는 소리에, 그제야 다리미를 들고 건너오는.

 

가방을 메고 나서려는데,

아들이 먼저 고개를 디밀고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역 광장을 들어서자 멀리 앞서가는 뒷모습.

차 시간이 남아, 시내버스 서부 주차장 쪽으로 난 창 앞에 다가선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들의 모습.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느님 아버님,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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