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다섯 시 반.
라면을 삶으려 냄비를 찾는데,
엎어 놓은 놈.
올려놓은 놈.
작은놈 큰 놈….
아무리 뒤적거려봐도 모두가 음식 찌꺼기로 덕깽이가 졌다.
하느님 아버님….
건너 채에서 들리는 인기척.
'그래도 처음 출근하는 아들놈 밥 챙기는 모양이네'
여섯 시.
씻으러 건너가니, 아들 방에 켜있는 불.
'벌써 씻었어?'
"녜"
와이셔츠 깃을 세우고 타이를 메려 하고 있다.
씻고 나와, 타이 맨 것이나 챙겨주려 들어서는데,
앉아있는 아들놈 와이셔츠 등짝이 꼬깃꼬깃하다.
하느님 아버님….
'세상천지, 처음 출근하는 놈 와이셔츠가….'
궁시렁 거리는 소리에, 그제야 다리미를 들고 건너오는.
가방을 메고 나서려는데,
아들이 먼저 고개를 디밀고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역 광장을 들어서자 멀리 앞서가는 뒷모습.
차 시간이 남아, 시내버스 서부 주차장 쪽으로 난 창 앞에 다가선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들의 모습.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느님 아버님,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잠이나 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