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한 병원으로 나서는 길.
출근 시간이 막 지나서인지 한산한 도로.
네비의 AI를 불러내 "엔카" 듣기를 부탁한다.
미리 듣기 형식으로 토막토막 흐르는 곡. 여지없이 재생되는 이시다 아유미의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잿빛으로 무겁게 내려 낮은 하늘이 별안간 내 가슴으로 몰려든다.
"어차피 누구나 가는 길, 내가 가고 있는 길..."
이미 나를 스쳐 갔거나, 지금 무리 지어 가고 있는 만상들이 순서 없이 아우성처럼 떠오른다.
병원에 도착하는 내내 울적하다.
이순의 세월을 살았으면서도 감정의 들쭉거림이 어찌 이리도 바람개비처럼 줏대 없이 휘돈단 말인가!
예약했던 과 진료를 마치고, 큰 병원 나선 김에 이미 사망선고 받아 놓은 이빨 하나를 어찌 살려 볼 방도라도 있을까? 타과 협진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복도.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이렇게 반들반들 잘 닦아 놓았을까?
집에 도착해 국수 한 줌 삶아 딱 맞춘 점심 허기 해결하고 보니, 순간접착제로 붙여 놓은 모니터용 안경다리를 어젯밤에 해 먹은 걸 깜빡했다.
주섬주섬 다시 옷 챙겨 입고 시장 다이소 가서 순간접착제와 식모커피와 그 외 몇 가지 충동구매 하고 담뱃가계 들렸는데,
"잔액 부족인데요?"
'애?'
뭐시기년 연말정산 때문에 그리하라는 뭐시기년 엄마 성화에 현금영수증 끊으려고 병원비는 모두 현찰로 냈고, 늘 그렇듯 세금 낼 돈은 따로 입금해서 정산했는데, 체크카드에 잔금 9.000원이 없단다. 근 한 달을 물리치료 받으러 다녔더니 꼬치에서 곶감 빼 먹은 것도 아니고 원.
시간이 갈수록 병원 다닐 일만 남았을 텐데, 그 걸음마다 나서 쫒아다니는 것도 주머니 형편 따라 일 테니 맞을 날들이 참으로 복잡다단한 상황일세.
그래서 "내 병은 내가 안다!"라며 자리보전들 하셨을까?
염병...
그러거나 말거나, 개미 새끼 하나 없어 맘에 드는 찻집에 들러 맛난 커피 한잔 내게 선물했다.
나를 아는 누구나, 기억되는 이 하나 없어 내가 나로 올곳이 앉았던 커피숍.
그 밝은 찻집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죄인처럼 앉아 모네의 와이프, 아리따운 여인과 밀회를 즐기다가(그녀도 나만 봤다. 쥔짜루!) 돌아왔다.
202407301808화
미소라 히바리-뒷골목 선술집
1호/휴가
구강내과/보철과-봉숭아 훑어 옴.
다이소/식모커피, USB 연장선(헬로키티 선풍기용). 모기약 훈증제 리필용 2, 충전기 연장선(하이패스 단발기용),순간접착제 2./담배 2.
어제/안방 난방텐트 안에 쌓아 놓았던 겨울 옷 정리. 겨울 이불 햇볕 쐬서 치움, 전기 장판 치움. 난방텐트 치움. 런닝 팬티, 개켜서 제자리 원위치 시킴. 양말 짝 맞추고 정리(구멍 난 거 다 버림). 옥상 쑥갓, 상추 뽑음, 토마토 2, 고추 한 봉다리 땀.
아고, 술 치먹고 쉽닷!
-by, ⓒ 霧刻窟 浪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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