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잡부'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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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잡부5

잡부의 아침. 잡부. 자재 챙겨 현장 가는 아침. 들판에 쌓인 눈. 앞뒤 겨눌 일 없는 그대로의 만족스러운 감상. 잠깐이었어도, 지금의 내게는 과분한 보이는 데로만 느낄 수 있었던 무념의 시간... 숙취가 있을 만큼 먹지 않았는데, 오전 내 속이 불뚝불뚝 울렁거리며 동반하는 어지러움과 약간의 위통. 요즘 하루건너 한 번씩 지지근한 위통이 있기는 하지만 '약을 사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께름칙하고 불쾌했다. "삐거덕삐거덕" 고물이 고장 날 일밖엔 더 있겠냐만... 매트도 뜨겁게 하고 잘 잤는데, 담이 든 것인지 어쩐지... 굽혔다 펴기가 불편하도록 엉치가 뒤로 빠지며 허리가 안 좋았다. 그렇게, 허리쯤까지 진창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몸으로 꼼지락거리는데 "거시기요!" 환청처럼 나를 부르는 목소리. 삐거.. 2023. 1. 28.
☆~ 나는 잡부다 / 성봉수 ~☆ 나는 잡부다 / 성봉수 나는 잡부다 없다고 크게 불편한 것 없고 있어도 그다지 살가울 일 없는 그저 그런 막일꾼이다. "왜"는 있어도 안 되고 "이렇게"는 상상해서도 안 되는 영혼 없는 막일꾼이다. 이날 나는 청주 사창동 옛 삼성 서비스센터 뒷길 어디로 부속처럼 실려 갔는데, 이상하리만큼 이 골목이 낯설지 않다. 무엇으로 하여 그러한지 기억의 문 안을 엿볼 틈도 없이 서둘러 공구를 건네고 망치를 물어 나르며 충실한 개처럼 꼬리를 흔든다. 그냥 그뿐이었으면 다를 것 없던 오후, 낡은 가구에 숨은 녹슨 못에 손을 찔려 체기의 비방 같은 빨간 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피가 떨어진 먼지 구덩이에서 포로롱 연기가 솟아오르며 기억의 램프 안에 갇힌 그날의 사내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사내는, 멈칫하는 .. 2022. 11. 4.
순간의 선택 안개 자욱한 이른 새벽 먼 남도 산골짝으로 잡부 나섭니다. 오야의 급똥 덕에 휴게소에 들러 담배 한 대 꼬실렀고요. 날이 저물고 서둘러 돌아오다 상행선 같은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는데요, 생긴 것이 매장 위치까지 아침이랑 똑같아 순간 "잘 못 들어왔나?" 했습니다. 촌놈... 남이 톨게이트 부근에서 갑자기 차가 오도 가도 못하고 멈춰 섰습니다. 교통방송을 틀어 확인하니, "2, 3차로는 공사 중. 1차로에서 차량 화재 발생 진화 중" 하, 큰일 났습니다. 오줌이 슬슬 마렵기 시작했는데, 대충 톨게이트 빠져나갈 때까지 참을 정도였는데 차가 오도 가도 않기를 30분째이니 난감합니다. 차라도 창이 얼기설기로 서 있으면 앞 트럭 뒤에 가서 배설할 텐데 4차로의 차가 모두 일렬로 서 있고. 그렇다고 노변까지 나갔.. 2022. 10. 13.
이거슨, 아니라고 봐! 연일 계속되는 비 예보. 비가 멈춘 아침나절 이리저리 간밤 형세를 둘러보고 들어와 아점 라면 물 올려놓고 확인한 부재중 전화. 비 멈춘 사이를 쪼개 쓰려는 오야의 일정에 없던 호출. "말복이니 닭 머그야쥐!" 일 마치고 그렇게 술밥으로 저녁 때우고 돌아와 가장님께 올린 귀가 인사, '아이고, 라면 반 개 삶아 먹고 나가서 배구퍼 뒤지는 줄 알았네요!' "개잡부 뛰러 가는 인간이 무슨 라면을 먹고 나가?" ('암 사마귀 가장님, 밥이 있으야 밥을 먹고 가쥐요!') [詩와 音樂] 이유 / 성봉수 이유 / 성봉수 만남이 우연이었겠어요 이별이라고 운명이었겠어요 그때 마주 설 수 있던 것처럼 이렇게 된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랑했고 이별도 그래서 왔습니다 201904071845일쓰고 20190504 sbs15.. 2022. 8. 17.
질질질... 언제부터인지, 날이 추워지면 주물주물 눈물이 질척이고 콧물은 시도 때도 없이 불식간에 질질 흐르고. 식사중에는 떠 넣은 멀국이 입가로 주르르 흐르고 씹던 밥알은 또 왜 그렇게 밥상아래 떨어뜨리는지... 팍팍 찐 날. '으쌰~!' 자재를 옮기려고 쓴 힘이 엉뚱한데서 발현되었다. "삐직" 지렸다. '하...' 하다하다 이젠 지리기까지 한다. 문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 비정상적인 신체 변화를 그러려니 개의치 않는다는 것. 젊었을때는 "나보다 밥 한 그릇 더 먹은 시간의 힘"을 로 앞세웠는데, 이제는 "나보다 밥 한그릇이라도 덜 먹은 모자람"을 로 가늠한다. 관조건 자조건, 밥 한그릇 더 먹은 이가 덜 먹은 이와 마주 선다면, 미남미녀 추남추녀 있는 이 없는 이를 떠나, 설령 "젊음"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가 ..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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