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국자2 관대(寬大)하다. 아침은 대충 넘기고 점심밥을 지으니 혼곡 해 놓은 쌀이 떨어졌다. 약국에도 들러야 하니, 시장 안 마트로 나선다. 시장 골목으로 접어들고야 장날인 걸 알았다. '장 구경 좀 하고 들어갈까?' 하다가, 파장 무렵도 아니고 그냥 마트에만 들려 옆구리에 우산을 낀 양손에 장 본 것이 담긴 쓰레기 봉지를 들고 약국 거쳐 새지 않고 돌아왔다. 삼월이 언니 아버지께서 지난가을 하사하신 새 쌀자루를 헐고 보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딱 반반이다. 포대의 아구리를 꽁꽁 싸매 완벽하게 차단한 공기 덕에 기가 막히게 숙성됐다. 쌀을 통에 소분하고 사 온 곡물을 섞느라 옷소매를 걷고 휘젓는데, 양 조시를 못 맞춰 휘저을 때마다 통 밖으로 우르르 쏟아진다. 어쩐지, 오늘 아침에 생뚱맞게 붴 바닥을 쓸었다. 붴 .. 2025. 3. 4. 시간이 그럽디다. 독거노인 연명하는 뒷방이라도 좋고, 백면서생 신선놀음하는 사랑채라도 좋고, 얼치기 땡중님 도 닦는 법당이라고 해도 좋을 이곳. 이곳에 걸린 모든 달력은 또 다른 달력 위에 겹쳐 있습니다. 겹친 달력은 어머님 모시고 병원에 입원하던 그해 그달에 멈춰져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모르겠습니다. 저 깊은 곳에서는 그러하겠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고 여섯 번째의 새 달력을 겹쳐 걸었습니다. 달력 앞에 섰다가 오늘은 갑자기 서울 큰 이모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외할아버님 기일에 친정 나들이하셨다가, 환우 중이셨던 언니 안부를 확인할 겸 집에 들르셨습니다. 어머님과 셋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제게 말씀하셨죠. "아니 조카! 들어오며 보.. 2023. 3. 25.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