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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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13

기억의 미로를 걷다. 다섯 시 반. 모처럼의 자위적 왜곡 없는 날것의 시간, 안과 밖 창이 모두 훤하다. 나의 일조는 점점 짧아지고 그런 나를 집어삼키는 묵비의 광명은 불식간에, 모가지에 차올라 있다. 존재와 비존재가 상충하는 이 극명한 명암. 그 바닥을 더듬적거려 담배를 물고 하루를 연다. 그렇게 연 하루. 잡부에서 돌아오는데 아침까지 그대로였던 봉오리 하나가 혼자서 툭, 터져있다. '오래된 집 마당에 드는 잠깐의 빛. 그 빛에 간절한 모가지를 길게 빼고 또 한 계절을 살아낸 네게 감사한다.'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었으나 그러고 싶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조루를 들고 위아래로 다니며 푸성귀와 화단에 물을 줬다. 그러고는 샘에 쭈그려 앉아 얼추 일주일 전 선영 산골짜기 발치에서 뜯어 온 쑥을 .. 2023. 4. 29.
어쩔 수 없는... 소금 소태 처치 곤란 김장을 국이나 끓이면 손이 갈까, 저녁 지을 쌀 불리는 동안, 며루치 똥을 가르고 있는데... 랜덤 재생시켜 놓은 서재 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강촌사람들ver-바위섬 포말로 부서져 간 시간, 나는 또 기억의 바닷가에 서서 그리움으로 떠도는 구름을 마주하는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던가. 불쑥불쑥 오롯이 무너져 내리는 허기, 나로부터의 이 지독한 무너짐... 202302123032일 2023. 2. 13.
기억의 껍질을 벗기다. 새로 두 시가 넘어서며 이따금 번개까지 번쩍거리며, 가을비치고는 제법 많이 오신다. 낮에 토란대 껍질 벗겨 삶아 치운 게 다행이다. 마당에 쭈그려 앉아 껍질을 벗기며, 서재 창을 넘어서는 음악들을 들으며, '얼굴... '불면의 밤... '혼자 앉은 포장마차... '담배... '눈 쌓인 밤길... '새벽 공기... '... 너무도 빨리 지나버린, 어제 같은 기억속의 이런저런 쓸쓸한 생각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쓸쓸한 단상 / 성봉수 쓸쓸한 단상 / 성봉수 일요일 한가한 텔레비전 전국 노래자랑 수태한 여자의 물오른 볼살이 아름답다 노래를 부른다 움 돋는 무지개의 싹이 풋풋하다 한 사내를 사랑하고 정을 나누고 sbs150127.tistory.com 202210022907일 무각제의 .. 2022. 10. 3.
무렵. 큰일이다. 리스트에는 열려 있는 자료 보관해 놓은 내 방 글이 로 열리지 않고, 카카오 고객센터에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이렇다 답을 못 준다. 차암, 큰일이다. 이력과 짬밥으로 리스트에 있는 소스 이용해 원하던 원본 하나 복원했으니 다행이긴 한데, 바람종 우는 뜨락 詩人 '성봉수'의 방입니다. sbs210115.tistory.com 외장 메모리로 백업해 놓는다 맘만 먹었지, 기실은 하지 않은 내 게으름 탓이지만. 발간한 세 권 시집 원본 파일조차 담아 둔 곳이 없어 깜짝 놀랐다. -의미 없는 일이라, 판단했겠지. 어젯밤, 내 온전한 곳이 없이 얼마나 덜덜 떨었던지, 한 겨울에도 테이프로 봉인하고 손대지 않았던 안방 돌침대 전열을 처음으로 뜯고 50℃로 맞춰 놓고 나왔다. 그리고 입 안이 떫도록 진하게 .. 2022. 9. 25.
빙의(憑依)의 까닭. 길을 가다, 인적 끊긴 행길의 풍경 앞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먹었다. 이따금 차가 지나갔고 가로수는 옅게 흔들리고는 했는데, 그 언제,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향하던 버스 밖, "지붕 낮은 집들에 둘러싸인 좁은 골목 양달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먹던 그 사내가 된 듯도하고", " 생면부지의 낯선 도시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 풍경에 턱을 괴고 있는 사내" 같은, 마치 어느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목적지 없는 보헤미안의 헤진 망토인 듯도 싶고, 무리에서 밀려나 정처 없이 걷고 있는 늙은 노숙인의 빠진 이빨인 듯도 하던, 순간. 그 짧은 햇살과 그림자와 나뭇잎의 정적이, 나를 주저앉혀 담배를 물게 했는데. 간절하다는 지금도, 무엇으로 하여 망각으로 침잠 되는가? 꿈에 번암.. 2022. 9. 21.
갑자기... 안동역 이전. 안동역이 중앙선 복선화 공사로 신역사로 이전했단다. ‘안동역’에서 마지막 열차가 떠났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2008년 가수 진성이 부 sbs090607.tistory.com 진성-안동역에서_REMIX 2022. 8. 25.
아주까리와 빗치개. 숨만 쉬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던 어제. 점심을 먹으러 들린 교외 천변의 식당. 노가다 꾼들이 버글버글한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 물고 주차해 놓은 곳을 향해 걷는데, 둑길 풀숲 안에 아주까리 한그루가 불쑥 솓아 있다. 집 울타리를 따라 피마자를 심어 키우고 탈곡해 말리고 손질해 기름을 짜신 할머님. 아침마다 경대를 펴고 앉아 참빗으로 다듬어 쪽지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할머님이 쓰시던 빗치개. 언제까지 나 아닌 누구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다섯 시 반. 컴에서 울리는 취침 알람.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알람을 끄고 누었다가, 여섯 시 반. 폰에서 울리는 기상 알람. 다시 일어나 담배 한 대를 먹고 그대로 누었다 깨니 혼자 남은 빈 집이 적막강산이다. 이 정적의 평상이 갑자기 낯설다. ★~詩와 音樂~★ [시집.. 2022. 8. 23.
시절인연. 밤새 신경통처럼 내리던 비가 멎은 오래된 집 마당. 담벼락에 진보라 나팔꽃 하나가 반갑게 맞습니다. 오각의 구분이 모호하게 두루뭉술 말려 있는 것을 보니, 재작년 '웰마트' 앞 전봇대에서 채종해 심었던 놈입니다. 어머님께서 서울 큰 누님 댁 울에서 받아 심은 후 오랫동안 오래된 집 마당을 지켜주던 진보라 왕나팔. 어머님 돌아가신 후 해가 갈수록 꽃송이가 적게 벌어 영영 사라질까 조바심 태우다가, 시장 마트 앞 전봇대를 휘감고 있는 닮은 이 꽃을 발견하고 채종해 심었습니다. 올해는 계속되고 있는 이웃집 공사 비산물로 먼저 개화한 다른 나팔꽃도 잎이 찢어지고 구멍 나고 형편이 말이 아닌데요, 이 왕나팔꽃은 여름이 절기의 마루에 닿도록 여태 소식이 없어 마음 내려놓던 중이었습니다. '그 시절과 공간을 차지한 .. 2022. 7. 24.
유난스럽다. [형] (사람이나 그 언행이) 보통과 다른 면이 있다. 바닥에 닿는 쇠 다리의 한쪽 면이 녹슬어 허물어져 기울어졌고, 쿠션은 개새끼들이 올라가 박박 긁어 구멍을 내놨고 등받이와 팔걸이도 삭아 헤진 것을 박스테이프로 둘둘 말아 놓은. 지금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낡고 쓸데없는 의자를 재활용 수거 일에 맞춰 딱지를 붙여 내놓은 것뿐인데. 대신할 의자도 진작에 마련해 놓았으니 그뿐인데. 뒤돌아서는 마음이 영 서운하다. 길 건너 편의점에 들러 족발과 빨간 이슬이와 pet 병에 담긴 맥주('해당 용기 사용금지'라는 보도를 본 것이 오래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직도 나오고 있다)를 사 들고 왔다. 참 유난스러운 일이다. 어느 해인가, 그때는 현관 앞에 놓였던 이 의자에 아버님이 앉아 출근하는 나를 지켜보셨는.. 2021. 4. 22.
보이지 않으면 잊힌다, 두드리고 구하라. 작년엔 이렇다 할 추위가 없어서였겠지만, 올핸 서재 책상 아래로 배어드는 바람이 엄청나다. 이번 달 청구될 전기요금은 어차피 조진듯싶은 김에, 온열기를 최고로 올리고 방향을 이리했다 저리했다 별 수를 다 써봐도 소용없다. '책을 들고 거실로 나갈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방바닥에 앉아 책을 보다가는 위태위태 버티고 있는 그렇지 않아도 인 모가지 디스크가 염려스럽다. 온풍기를 끌어안고 버티다 버티다 다섯 시가 다 되어 자리에 들었다. (마침 슬슬 졸리기도 했지만) "구하라 얻으리라, 두드리라 열리리라" 오늘은 궁리 끝에 챙겨두었던 박스를 책상 뒷편에 끙끙거리고 쑤셔 넣었다. 원목 반닫이 농에 필요 목재를 주문해 꾸며 놓은 책상이다 보니 들어낸다는 것은 그 무게가 감당이 안 되고, 있는 그대로 작업을 하려.. 2021. 1. 5.
그대 없는 하늘 아래 눈은 나리고... 새해 첫날 서설이 내린다. 무릎담요를 덮고 온풍기를 곁에 두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메일과 SNS로 연신 전해오는 새해를 맞는 덕담들. 내가 누구의 기억이 되었건 누가 나의 기억으로 오늘에 있건, 그 어느 것도 지금의 평안함이 흔들리도록 덧붙여지지 않는다. 기억이 되지 않은들 어떠하랴. 그대, 내 안의 지금은 소름 끼치도록 담담하다. 더보기 (무순) 신 협, 임 보, 김영호, 증재록, 나호열, 강태근, 엄기창, 이제하, 표충식, 나태주, 성기조, 강신용, 백경석, 한상수, 이혜선, 진명주, 정종명, 한분순, 정성수, 용혜원, 안재동, 문효치, 김용택, 김재진, 리헌석, 윤보영, 임수홍, 정목일, 지요하, 홍윤표, 손해일 외 2021. 1. 1.
녹두전의 기억 성봉수님의 스토리 *녹두전을 먹으며.내 대책 없고 방향 없는 방종도 부럽다면,'그 포기 않는 자유의 의지는 존중하나, 부러우면 지는 거다' ㅎ ㅎ ~.#녹두전 #혼술 #그리움은가슴마다 #그것이문제로... story.kakao.com Tetris99-Main_Theme 2020. 6. 9.
☆~ 올 무드 전자올겐 경음악 / 바람그리기 ~☆ ..........메주콩 삶는 연기.........흘린 콩을 주워먹는 강아지를 혼내키는 어머님의 꾸지람 소리..........갑자기 떠오른 아버님 생각.........아버님이 좋아하시던 전자올갠 음악.........두통............두통.... 201111151800화........ 201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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