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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인적 끊긴 행길의 풍경 앞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먹었다.
이따금 차가 지나갔고 가로수는 옅게 흔들리고는 했는데,
그 언제,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향하던 버스 밖,
"지붕 낮은 집들에 둘러싸인 좁은 골목 양달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먹던 그 사내가 된 듯도하고",
" 생면부지의 낯선 도시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 풍경에 턱을 괴고 있는 사내" 같은,
마치 어느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목적지 없는 보헤미안의 헤진 망토인 듯도 싶고,
무리에서 밀려나 정처 없이 걷고 있는 늙은 노숙인의 빠진 이빨인 듯도 하던,
순간.
그 짧은 햇살과 그림자와 나뭇잎의 정적이,
나를 주저앉혀 담배를 물게 했는데.
내가 찾아가거나 내게 찾아 온 거기.
그 안에 감춰진 무엇이 나를 무너지게 했는지.
애써 알려 하지 않았다.
김정수-내 마음 당신 곁으로.
배고푸다. 밥 묵자...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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