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ko_Hirohashi-Tedium_Of_Journey-여정'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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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ko_Hirohashi-Tedium_Of_Journey-여정2

기억하다. 잡부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서산과 예산 사이의 어디 들판에, 어둠의 물에 잠기려는 불티처럼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고단한 하루의 숨 가픈 잔영. 화물차 조수석, 아무렇게나 닦아낸 지저분한 차창 너머로 그려지는 그 찬란한 소멸을 턱을 괴고 바라보다 문득, '허무하다' '보고 싶네...' ... '주말마다 산행하고 지리산 종주를 했으면 무엇하나...' '매일 반신욕 전에 108배를 올렸으면 무엇하나...' '잘 키워 출가시킨 두 아들 잘 살고 있어도 무엇하나...' "와, 갤럭시 S24 울트라 실물 영접 처음인데! 아들 잘 뒀네!" 탑시기 뒤집어쓴 누더기와 장화 신은 그대로, 여우 언덕에 도착하며 이내 자리 잡은 친구와의 삼겹살집. 아드님의 생일 선물 새 핸드폰에 대한 과한 칭찬에 이어, "요즘 박 면장.. 2024. 2. 3.
강에 빠지다. 술 한잔하려고 진작에, 편의점에서 사다 놓았던 어묵탕. 부활절에 삼월이 언니께서 던져 주신 가래떡 먹다 남은 한 줄. 유통 기한이 2월 29일인 전내 나는 어묵탕과 조만간 곰팡이 필 가능성이 높은 비닐 팩에 담긴 가래떡으로 국물 떡볶이를 만들어 라면 사리 반 개 보태 저녁을 먹고 그 자리에서 스르르... 눈 뜨니 한 시 반. '밤여? 낮여?' 또 눈 뜨니 네 시. '밤여? 낮여?' 그렇게 일어나 뒤늦게 저녁 먹은 이 닦고 연유로 밀커피 타서 서재. 담배를 물고 컴을 켜고 Santana의 I love you much too much로 시작된 음악의 강에 헛디딘 발. 그 강에 빠져 떠내려가다 그 물속의 돌덩이거나 수변 발치의 야생화이거나 위태롭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흙덩이가 되어 있는 기억들과 부딪치며 휘돌..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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