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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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강에 빠지다.

by 바람 그리기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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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한잔하려고 진작에, 편의점에서 사다 놓았던 어묵탕.
 부활절에 삼월이 언니께서 던져 주신 가래떡 먹다 남은 한 줄.
 유통 기한이 2월 29일인 전내 나는 어묵탕과 조만간 곰팡이 필 가능성이 높은 비닐 팩에 담긴 가래떡으로 국물 떡볶이를 만들어 라면 사리 반 개 보태 저녁을 먹고 그 자리에서 스르르...


 눈 뜨니 한 시 반.
 '밤여? 낮여?'
 또 눈 뜨니 네 시.
 '밤여? 낮여?'

 그렇게 일어나 뒤늦게 저녁 먹은 이 닦고 연유로 밀커피 타서 서재.
 담배를 물고 컴을 켜고 Santana의  I love you much too much로 시작된 음악의 강에 헛디딘 발.

 그 강에 빠져 떠내려가다 그 물속의 돌덩이거나 수변 발치의 야생화이거나 위태롭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흙덩이가 되어 있는 기억들과 부딪치며 휘돌다, 뒤죽박죽으로 떠오르는 생각의 꼬리와 그 꼬리 끝에 매달린 이미 내 곁을 떠났거나 세상에 없거나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없거나 앞으로도 영영 마주할 수 없는 후회이거나 아련하고 쌉쌀한 회한의 서글픈 얼굴들과 줄다리하다가... 지장보살경에 닿아 현실의 땅으로 나서며 맞은 여명.
 종일 쉽게 마르지 않을 감정의 물기가 우울하다.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뗏목 / 성봉수

뗏목 / 성봉수 사실 어제는 죽으려로 곡기를 끊고 누웠다 열두 시간이 지났지만 사흘은 너끈 하게 살아 있을 것 같다 잊기 전에 따뜻하게 한 잔 먹고 싶다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물을 끓이고 커피

sbs150127.tistory.com


 장날.
 잡부 마친 누더기를 걸치고 휘이 돌아 실내용 슬리퍼, 일 년 초 몇 개, 해당화 한 포트를 돈 바꿔 돌아왔다. 밑거름 준 빈 화분이 아까워 단호박 모종이나 두어 포트 사러 기웃거렸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포기.


 몇 해 전,
 열 주정도 온라인 구입 해 이식하고 실패 봤던 해당화.
 이번엔 연탄재 섞어 물 빠짐 좋게 흙을 다독여 이식했으니 삼월이 생똥 가스를 버티고 잘 살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화려한 꽃잎의 달곰한 미혹의 감상보다, 눈 감아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쌉쌀한 진심의 향기를 선택한 내가 옳았음을.

 잡부 나가며 급하게 형광펜으로 덧칠해 놓았던 포스트잇.


 정작 그거 보내주려 컴 열었다가 또 삼천포로 빠졌다.
 얼른 잊기 전에...

 

 
 202304150645토
 Makiko_Hirohashi-Tedium_Of_Journey-여정
 밥부터 먹으까? 배가 고플랑 말랑헌디...#해당화 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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