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은 돼도 배코는 못 쳐줘 동생! 킁킁"
'왜요! 돈 더 드릴 테니 얼른 면도칼로 싹싹 밀어줘요!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배코 치면 면도칼을 다 버려서 그려 동생. 킁킁"
25년 전쯤이었나보다.
끝내 배코를 못 치고 바리깡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
"동생, 술 먹었지! 킁킁"
'그류, 간단하게 한잔 했는디 이번에도 안 깎아주기만 해봐!'
"깎아줘야지. 그때는 젊었을 때고…. 지금도 술 먹고 와서 삭발 해달라는 사람 있으면 안 해줘 킁킁"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싫었고,
늘 스포츠형으로 단정하던 것을 좋아하다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미용실에서 깎는 것이 요금이 적게 들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결혼 후부터 거의 찾지 않던 영락 이용원.
7년 전,
무릎 수술을 앞두고 기르던 머리를 자르러 다니러 간 후론 첨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강원 연탄 앞 건물에서 영업을 계속하곤 있지만,
청과상회 옆 탁주 집과 맞붙은 허름한 슬레이트 건물의 한쪽이었던 업장이 새로 지은 건물로 바뀌었고.
근래엔 평생을 함께하던 강원 연탄도 사라졌다.
"동생, 킁킁. 동생이 안 오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 자주 좀 와 동생. 킁킁."
늙은 모습을 첫눈에 알아보도록 정말 오랜만이다.
얼굴이 야위었고, 야윈 얼굴 때문에 가발이 헐렁하다.
"동생, 이것도 오래 쓰니까 내피가 다 닳아서 더 그래. 이것까지 다섯 개 짼대, 어쩔 수가 없고. 일할 땐 어쩔 수 없이 이거 쓰고, 집에 갈 때 쓰는 건 따로 있어. 새것. 킁킁."
가발을 벗어 머리칼이 얼마나 더 빠졌는지 물어보며, 살 날도 얼마 남았는지 모르는데 티브이에서 선전하는 칠백만 원짜리를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그간 지내온 이야기들을 건넨다.
콧구멍을 반쯤 막은 것 같이 킁킁거리는 추임새를 여전히 보태면서 말이다.
그때 걸렸던 박근혜의 상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것으로 바뀌어 있다.
'아니, 어쩐일여 형? 보수꼴통인 형이 웬 빨갱이 상장을?'
"흐흐흐…. 세상이 바꼈으니께…. 킁킁 서랍에 눠 뒀지. 그거 말고도 상패니 뭐니 나, 받은 거 엄청 많어 동생."
어물쩍 겸연쩍게 웃으며 수상 실적을 자랑한다.
<이용사회 세종시 지회장>은 여전한가보다.
"요즘은 이용기술을 배우는이가 없어서 사람을 못 구햐. 하는 데까지 하다가 정 힘들면 관둬야지. 킁킁"
연탄난로 연통에 비누 거품을 발라 데우는 것도 사라지고,
때 절은 파란색 플라스틱 조루도 사라지고,
벽돌을 쌓고 엉성하게 타일을 붙여 놓았던 세면대가
깔끔하고 단출하게 바뀌고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나온다.
바리깡으로 서걱서걱 깎던 것이 전기 커트기로 슁슁 쉽게도 깎는다.
주인도 늙고 손님도 늙었다.
그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는데….
나는 도대체 왜, 먼 길을 돌아 다시 제 자리에 있는가….
'낙서 > ㅁ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감격스런 날/판문점선언/ 성봉수 ~★ (0) | 2018.04.27 |
---|---|
??~ 김경수와 드루킹 ~?? (0) | 2018.04.21 |
★~ 혁명의 시대 / 성봉수 ~★ (0) | 2018.03.01 |
★~ 고은의 Me Too와 예지몽 / 성봉수 ~★ (0) | 2018.02.24 |
★~ 故 윤조병 작가 출판 기념회 / 바람 그리기 ~ ★ (0) | 2017.11.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