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아프지 마소서 /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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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 그대, 아프지 마소서 /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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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품팔러 갔던 공사 현장.
 경상도 시골 마을 한편에 짓고 있던 목조주택이었습니다.
 곶감이 유명한 그 고장에서도 한참을 들어간 마을이었는데요,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늙은 감나무와 다 허물어져 가는 흙벽돌 빈집들이  여기저기서 늘어선 모습을 보며 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짐작게 했습니다.

 수도권 어디의 건물주가 빈집과 터를 사서 꾸미고 있는 2층짜리 전원주택이었는데요,
 '참 잘 지었다. 이분들은 어떻게 살아서 돈을 벌고 이렇게 좋은 집을 지을까...'
 볕 좋은 2층 베란다에 서서 잠시 중얼거렸습니다.
 드문드문 나가는 현장 잡부 중에도 이런 부러운 생각이 든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면서, 그지 똥구멍에 붙은 밥풀 같은 지금의 내 모습과 살아온 지난날들을 씁쓸하게 되돌아보았습니다.

 예전엔 잡부를 나가면 목장갑과 담배는 우선 기본으로 주고 오전과 오후로 참도 주었는데요, 요즘은 모두 그런 건지 어떤 건지 그런 게 사라졌습니다.
 건물을 시공하는 업자가 젊은 사람이라서인지, 직영 인부들과 먹은 와인병이 한쪽에 뒹굴고 있고 현장에서 공사 기간 내 숙식을 해결하는지 방 한켠에 이런저런 먹거리들이 쌓여 있습니다.
 언뜻 보니 커피 생두가 보였습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그렇지 않아도 날이 풀리니 요즘 들어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어졌는데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래서 한 줌 슬쩍해서 돌아왔습니다. ㅎㅎㅎ

 

 오늘, 다이소 양은 냄비에 넣고 볶았습니다.

 

 제가 그래도 명색이 요리사였으니 팬 돌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만,
 "화재 발생! 화재 발생!"
 환풍기를 틀어 놓고 했어도 부엌 천장에서 경보기가 울리는 바람에 당황해서 채에 쏟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많이 볶으면 산미가 떨어지는데 ㅠㅠ.

 먼지 쌓인 분쇄기를 꺼내 닦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바깥채에 쑤셔박혀 있는 커피 메이커도 꺼내다 닦고...



 바깥채 제가 쓰던 방을 아드님이 차지하고, 제가 안채 뒷방 노인네로 형편이 바뀐 후 그냥 그대로 쑤셔박혀 손 가지 않았으니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엔 인스턴트커피와 친구가 사 준 식모커피(다 먹었는데 염치가 없어 사달라지 못하고 있습니다)를 번갈아 먹으며 지내왔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커피를 내렸습니다.

 

 진하게 내린 커피를 우선 찻잔에 덜어 앉았습니다.

 

 에스프레소 투 샷쯤의 맛.
 그리고 맛있는 담배.

 

 좋은 음악과 차와 담배와 서재 창밖 바람종의 한산한 울림과 약간의 허기….
 지금 제 마음은 잔잔한 물결 같은 평화로움 안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대를 생각합니다.

 아프지 마소서.
 아프지 맙시다.

 



 어젠 티브이 드라마를 보다 그만 빵 터졌습니다.
 몸살감기에 걸린 사내가,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아내에게 "감기 옮을라" 거실 소파로 쫓겨나 앓다가 갑자기 주방으로 향했는데요, 처음엔 라면을 삶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라면 스프를 끓여서 먹더라고요.
 이 장면을 보면서 뒤통수가 따가워지며 그만 빵 터져버렸습니다.
 '작가가 누구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릴 수 없는 장면.
 '나 같은 이가 또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막장 드라마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가의 복귀작이더군요.
 뭐, 이런저런 말은 많아도 제 입장에서 보면 참 입지전적인 분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대,
 그대도 혹시 빵 터졌을까 걱정입니다.
 아프지 마소서.
 아프지 맙시다.

 훌훌 털고 벌떡 일어서길 기도합니다.

 

 

 

 

 

 Phil_Coulter-Any_Dream_Will_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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