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家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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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古家遺憾

by 바람 그리기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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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나절 잡부 다녀와 아침에 잊고 간 물고기 밥부터 챙기고 화단과 화분에 물 주고 샘에 들어가 샤워 꼭지 아래 한참을 앉아 몸에 밴 화기를 식히고 속옷과 양말 빨아 널고.
 요 며칠 술밥만 먹었으니, 설거지통에 몇 개 있는 접시 부담 없이 씻어 치우고 저녁 지을 쌀 씻어 놓고.
 갑자기 잡힌 모임 참석하러 부랴부랴 집을 나섰습니다.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
 갈 때는 늦지 않으려 서두르느라 몰랐더니, 오늘 잡부 하다 삐끗한 허리가 시원치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는 엉치와 끌리는 다리를 표내지 않으려 뒷짐 지고 로버트처럼 살살 걸어 돌아왔습니다.
 씻어 놓고 간 쌀이 있긴 해도 밥솥 씻으며 덜어 놓은 바짝 마른 반 그릇쯤 되는 묵은 밥을 생각하니 꼴도 안 나고 귀찮아, 이차저차 중국음식점에 들려 짬뽕 한 그릇 먹고 돌아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베갈 한 병 곁들였을 텐데 잠시 고민하다 그만두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막 나왔을 때 받은 전화. 식사 마치고 연락 주기로 했던 이유도 있었고요.
 우체국 계단에 앉아 담배 먹으며 "참석해 줘서 고맙다"는 별스럽지 않은 내용의 전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어 놓고 갔던 쌀을 자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등골에 흐르는 땀 식히려고 처음으로 선풍기를 틀었습니다. 허리에 파스 붙이려던 생각을 물 한 번 뿌리고 난 후로 미뤘는데요, 선풍기 앞에 앉아 뉴스 보다 보니 땀이 다 식어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모처럼 깐드레에 붙은 불이 사그러지기 전에 "하지"날의 감상에 대해 시 꼬투리 한 개 잡아 볼 생각으로 컴 앞에 앉았다가, 정신없이 졸다 보니 창이 훤합니다. 아무래도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는 듯싶습니다. 아침형 인간, 진짜 노인네로의 변모인가요?
 곧 장마가 시작된다던데, 오늘 허리 상황 봐서 삽 들고 부모님 계신 곳에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밤새 조용하던 바람종, 슬슬 꼼지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날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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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다가 신축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하고 있는 고가 앞에 멈춰 섰습니다.

 

 '도시재생이니 뭐니, 파리떼처럼 선수들 달라붙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벽에 뺑끼칠하고 지들끼리 눈먼 돈 따먹는 잔치는 할 줄 알아도 이런 귀한 유산이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게 만드는구나...'

 

 제 딴에는 오래전에 관련 기관에 요청도 해보고 정식으로 제안서도 제출해보고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니 제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은 한 셈입니다만 이 모두가,
  '똑똑하고 힘 있는 후학 하나 길러 놓지 못한 결과'이겠지요.

 

 "남겨지고 기억되는 것"은,
 결국 살아 있는 이의 몫인데요, 허물어지는 고가 앞에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런저런 씁쓸한 생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건물 벽면에 붙어 있던 안내판.

 

 그냥 버려지는 것이 섭섭해 들고 오고 싶었는데요, 크기와 무게도 만만치 않은 데다 허리 때문에 걷기도 불편하니 어쩔 수 없이 사진으로만 들고 왔습니다.

 

※ 광복절 특집 극화 <하늘은 알고 있다(원제:꺼으리빵즈) KBS 1983.08.15 방송

1부 https://youtu.be/zwMv2ChFI_8  2 https://youtu.be/IJNoZpoIh6c

※ [TV문학관] 258화 <고가(古家)> KBS 1987.05.09 방송

https://youtu.be/NkqE1sGHU9I



 
 20220622295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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