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먼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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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아득히 먼곳.

by 바람 그리기 202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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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자,
 잘 지내시는가?
 명 떨어져 퍼질러진 물건 가는 길에, 산자가 금 치장을 하거나 말거나 관짝에 담기는 것은 다 똑같은 송장에 불과한 일이지만, 그래도 내 마지막을 놓고 "죽기도 지랄 같이 죽었다"라며 동네 사람이 끌끌 혀 차며 두고두고 입방아 찧는 일은 없어야 하는 일이지 않겠소? 세상사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를 일인데, 육십 평생 조선 땅 밖으로 처음 길 떠날 일이 목전이니 어쩌겠소? 그리하여, 뒤져도 내 땅에서 죽을 요량으로 동하면 독감 접종이나 하고 말려던 맘을 틀어 지난 토요일 코로나 추가접종을 했소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쓰잘데 없이 꼼꼼한 기우인 듯한데, 자존감의 단단한 껍질 속에 웅크려 터럭만큼도 추접해지지 않도록 부릅뜬 핏발 선 눈의 파충류. 실은 여리고 겁 많은 그 속살 같은 천성을 어쩌겠소? 
 뭐... 대충, 하룻밤 대가리 뻐개지게 아팠지만 마침 오늘까지 잡부 일정이 없었으니 두루뭉술 큰 고생 없이 평상으로 돌아왔수다.
 그러는 동안,
 창문에 뽁뽁이 붙이고, 마당에 화분 닦아 모두 안으로 들여놓고(계절 내 웃자란 세 그루 고무나무 덕에 거실이 정글이 됐소이다), 캐 흙 씻어 이틀 말린 토란 삶아 껍질 벗겨 냉동시켰고... 이것저것 꼼지락거렸소이다. 추운데 그렇게 종종거려서인지, 어젯밤 11시에 차려 앉은 저녁 밥상에 반주로 먹은 빨간 이슬이 반병에  똑 떨어졌수다.
 오늘은 세 가지 할 일을 마음먹고 하루를 열었는데, 원고 정리하는 것이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려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소이다. 참, 번외로 옥상 배추·무에 지난 금요일 덮어 놓았던 부직포, 며칠은 밤 기온이 영상이라는 예보에 벗겨 놓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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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무렵 친구 술청 받고 나가 술밥 먹고 들린 찻집.

 오랜만에 어찌나 맛나게 먹었던지, 참 행복하더이다(집에서도 시때 없이 잔 비울 틈 없지만, 왜 오줌만 징그럽게 마려운지!-쏘팔매트 남는 거 있으면 주시구랴!)

 귀가한 지 두 시간쯤 지났는데 아직도 창자가 더부룩하오.
 귀가하며 안방에 올 처음으로 전기장판 깔고 불도 넣어 뒀고, 아무리 꼿꼿하게 있으려고 해도 허리가 자꾸 앞으로 휘지도록 근력이 부치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이만 자리에 들 모냥이오. 그래봤자 새로 두시면 번쩍 눈 떠질 것이 뻔한 일이지만, 그때도 내 모릅네, 잠을 지켜볼 모냥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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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자,
 이제 한동안 추울 날밖에 더 있것소?
 미련한 곰도 때를 알고 잠을 청하는 시절인디,
 그저, 이로 저로 기웃기웃 마른 가지 끝에 매달려 흔들리지 말고,
 아랫목에 궁딩이 철퍼덕 붙이고 편하게 잘 사시게나.

아,
어쩌다 생각이 나면
그리운 사람 있어 밤을 지새우고
...

 

 
 202311142359화
 내 청춘의 18번, 이승재-아득히 먼곳.
 이 닦으며 제 자리 걸음 100번 쯤 하면 속이 내려가려나?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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