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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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여행준비.

by 바람 그리기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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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랬습니다.

 빼뜨공 땅 다낭이라는 곳이 내 염원 속의 남국은 아니라서 가슴 벌렁거리도록 기대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순이 된 죽마고우들과 처음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입니다. 기내식도 없는 저가항공편의 3박5일 일정인데, 오가는 시간 빼고 따지면 국내 당일치기 여행과 다를 것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까만 비닐봉지에 속옷 두 개랑 폰 충전기나 챙겨 가면 될 일이지."라고 했습니다. 했더니, "입국 거부로 혼자 되돌아올 수 있다"라거나 "쪽팔리니 아는 체 안 하고 왕따 시킬 테니 알아서 돌아다니라"고 협박성 지랄을 합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잡부 나간 쓰레기장에서 트렁크(라고 하면 요즘은 못 알아듣는 사람이 대부분인데요ㅎㅎㅎ) 하나와 기내용으로 쓸 007가방 하나를 챙겨 왔습니다.
 "왕따"나 "입국 거부"가 문제가 아니라, 면세점에서 살 담배를 누구도 자기 케리어에 담아주지 않겠노라는 통보 때문이었습니다.

 바퀴가 성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끌고 온 트렁크.
 집에 와 꼼꼼하게 살피니 손잡이 하나는 파손되어 있고, 손잡이를 연결한 몸체는 다 작살 나 있습니다. ㅋㅋㅋ

 "얼마 안 가는데 하나 사요!"
 삼월이 언니께서 한심하다고 흘겨 중얼거렸지만,
 손잡이야 없어도 그만이고 뽀개진 곳은 본드로 붙이면 될 일입니다.

 기내용으로 챙겨 온 007가방.


 어쩐지 무겁다 했더니만, 우여곡절 끝에 비밀번호를 풀고 개방하니 이렇습니다.


 전원을 넣으니 뜨끈뜨끈 제대로 작동하니 잠시 고민입니다.
 '이걸 이대로 그냥 쓸까?'
 그런 마음 한편으로 뭔가 찝찝합니다.
 '이거, 구신 붙어 온 거 아녀?'
 그래서 가방이 상하지 않도록 온갖 공구 동원해서 정성 들여 해체해 껍띠기만 남겼습니다.

 화물용 트렁크도 기내용 007가방도 잘 씻어 널어 뒀고요.

 그렇게 꼼지락거리면서 내게 물었습니다.
 '육십 평생에 조선 땅 밖으로 처음 나서는 놈이, 왜 이렇게 사니?'
 대답했겠죠!
 '왜? 뭐시가 어때서?'

 아시안게임 축구 관전을 마치고 의도 없이 잠에 들었다가, 비몽사몽 몇 번을 일어나고 눕기를 반복하다 새로 여섯 시에 온전하게 생시의 하루를 열었습니다.
 하루를 열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이곳저곳 이땅 저땅 기웃거리니 삶의 여정에 보탬이 되는 콩고물은 많이 떨어졌겠지...'라고 어제 샘에 쭈그려 앉아 트렁크 씻으며 했던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는 어제 대주가 여행에서 돌아와 슬그머니 건네 놓고 간 선물을 살핍니다.

 살피면서,
 '어? 담배도 있네? 저도 담배 먹는 놈이 큰 결단했구나...'

 

 (내일 잡부 나가야 하니 일단 여기까지) 

/

 
 202310082613일
 김성환-정하나준것이/ 노통 불이되며 삭제한 예전 블로그 생각....
 뚱띵이와 술밥(~23:30.입 안에 물집 터짐).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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