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의 염원을 모은 노란리본 달기 운동에 많은 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제밤 나는 컴을열고, 노란 리본 대신 검은 리본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보도에서,
사망자의 인원이 실종자의 인원을 앞지르는 것을 확인하면서
희망의 리본을 찾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절망과 분노에 가득찬 스스로의 다친 마음을 토닥여주는 역활 외에는
리본의 염원으로 모아진 어떤 마음도,
단 한명의 아이조차 살려낼 수 없을만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을
인정해야했습니다.
검은 리본을 만지작 거리며 앉아 50분이나 지연방송 된 이상호 기자의 "GO발 뉴스"를 들었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몽둥이로 맞은것 처럼 아팟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잠을 청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종북좌파"니 "시체장사"니 "리본이 노무현 색깔"이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늘 그래왔고 그게 정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실망하고 어이가 없던 것은
" 국가는 국가대로 휘둘리지 말고 당당하게 일처리를 해라 "
" 사람은 늘 죽는다. 한 개인의 죽음 앞에서도 이리 난리였겠냐?"
" 초상집에서도 육개장을 먹고 웃고 떠든다. 장관이 라면 먹은 것이 무슨 큰 잘못이냐! 계란도 풀어먹어라 "
.....
처음에는 반어법이려니 했습니다.
그 실망의 크기가 너무 컷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적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견주어 인본주의가 조금이라도 더 남았을 사람의 마음에서 그런 사고가 나온다는 것은 믿을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사고는 박근혜라는 개인에 대한 동정과 사랑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황당했습니다.
내 생각이 너무 앞선 비약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 박근혜"를 향한 인간적인 동정과 신뢰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은 오래전부터 받아왔습니다.
어찌보면, 자신의 삶과 박근혜의 삶에서 끓임 없이 공통분모를 찾고 급기야는 영혼적 일치를 경험하는 지경에까지 닿은듯 합니다.
한 개인의 불우했던 삶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사람이,
왜 자식을 잃은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을 두고는 냉정하고 초연하라 하는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어떻습니까?
나쁜 놈, 나쁜 년, 나쁜 대통령이라고 소리치고 몰려다니고 억지소리를 내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절대의 변화에 직면하게 되면
그 상황에 대해서 부정을 하게 되고 그러다 분노를 하며 원망을 하다가 결국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 역량 안으로 타협을 하고,
절대 앞에 무기력하게 두 손을 들고말았다는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신의 안으로든 자신이 인정하는 운명 안으로든 그 절대의 변화를 수용하게 됩니다.
실종자의 가족도 그를 바라보며 왕왕 거리는 패거리도 나도 우리도 대통령도...
이번 세월호 침몰 앞에 마주한 치유의 과정 또한 그럴겁니다.
서로 다른 표현과 주장이 성숙되지 못하고 미개하다 여기시는 그 모든 것도,
결국엔 그 치유의 어느 한 과정이라 여기시면 될 일입니다.
그러시는게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기도를 하시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요?
특출난거 없습니다.
느끼시는 것, 모두가 매 한가지 입니다.
내가 이번 세월호 침몰 소식 아니, 아이들 실종 소식을 들으면서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처음 한 일은 시간의 역산이었다.
그리고 닿은 곳.
얼추 15년 전의 그곳, 씨랜드.
그때 위로 두 아이는 유치원에 다녔고 셋째는 지금의 실종 아이들 나이였다.
나는 셋째를 무릅에 앉히고 티비를 봤었다.
통곡하는 부모들. 할머니 할아버지들...
" 이게 나라냐! "
아이를 잃은 엄마는 훈장까지 반납하고 이민을 떠났다.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절망했다.
그리고 시간이 오늘에 닿았다.
그때 절망하고 분노하던 사람들이 다시 똑 같은 상황을 복기하고 있다.
혹여 그때 일을 당하고 또 당하는 사람이나 없을지 버럭 걱정이 되었다.
가슴 저변에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바라보던 그 절망이 깔려 있는 사람들.
그 절망위에 또 절망이 겹치며 현실이 되어버렸다.
돌을 던지면 피하지 말고 맞아야하고 욕을 하면 달게 받아야한다.
이러니저러니 헛소리하지 말고 위로도 하지 말고 그냥 묵묵하게 지켜 봐줘야한다.
그것이 좌빨이건 보수꼴통이건 상식이건 비상식이건 집단패거리건 개인인건,
따질 일도 아니고 따져서도 안되는 일이다.
기도는 그렇게 하는거다.
-이미지출처/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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