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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도심에 게으른 햇살이 채 자리하기 전,
이른 잡부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난닝구 안 입고 나갔다가 등이 서늘해 혼났습니다.
현장 가는 길,
트럭에 올라 탄 나를 오야가 아래위 곁눈으로 쓰윽 훑어 보고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뒤통수가 뜨거워 휙 돌아보니, 나를 쳐다보던 아주머니께서 급하게 시선을 피합니다.
현장 쥔 댁 할머님께서 물끄러미 바라보시다 말씀하십니다.
'이 양반은 참 요새 사람 같지 않네"
그 뒤에 뭐라 뭐라 하셨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관종이라기엔 너무 추접스럽고,
루틴이라기엔 너무 그지 같고,
'욕 먹이기 돌려치기'라기엔 의미 없는 일이고...
뭐 그렇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삼월이께 인사드리고(눈이 쾡하신 것이 여태 졸고 계셨던 듯싶습니다) 양말 빤 것 볕 드는 옥상으로 올려놓고 쇠때로 잠긴 문 열고 방에 들어와 커튼 젖혀 놓고 옷 갈아입고 커피 타서 서재로 들어와 크리스마스트리 불 켜 놓고 담배 먹으며 음악 듣고 있습니다.
점심 먹을 때까지 이렇게 한가롭게 뭉그적거리다가, 어항 물 갈아줄 생각입니다.
기분 좋은 서늘함.
간간이 우는 바람종.
보탤 것 없는 정적 안에 있습니다.
닥터 지바고-라라의 테마 mix 무각재 바람종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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