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땜에 내가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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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너 땜에 내가 미쳐!

by 바람 그리기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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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바람 무섭게 불더니...

 눈 좀 붙이려고 누운 아침, 머리맡에 털 뭉치가 눈에 들어온다.

 "뭐지? 꼭 털모자 방울 같은데?"

 벗었던 안경을 다시 챙겨 쓰고 살피니...

 "너 땜에 내가 미쳐!"

 

 바람이 어찌 무섭게 불던지, 거실 문을 향해 선풍기를 틀어 놓았어도 허사였나 보다.

 마치 탈곡 마친 마당에서 바람에 뭉친 짚 터럭이 이리저리 굴러 다니는 것처럼,

 댓돌에 좌정하고 주무신 고삼월 여사님의 털이 테니스 공 만하게 동그랗게 말려 굴러다니다 내 머리맡에 이르러 딱 걸렸다.

 

 오후엔, 보다 못해 비를 들고 댓돌 근처를 쓰는데 온통 털 투성이.

 분위기 파악 안 되는 고삼월이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꼬리를 살랑 거리니,

 

 "너 땜에 내가 미쳐!" 

 


 날일 나가기로 한날.

 술 한잔 걸치고 돌아와 10시 조금 넘어 작정하고 잠이 들었는데, 정확하게 두 시간 땡!.

 도대체, 얼마나 더 남은 시간을 끌어 쓰려는 건지...

 

 

 

 

 202009040646금

 선풍기를 틀면 춥고 안 틀면 모기가 달려들고. 간절기는 늘 애매하다.(그러고 보니, 겨울과 봄의 간절기에 잡아 놓은 '간절기'시구를 여태 마름 못하고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네. 쩝)

 귀또리는 쉼 없이 울고... 라면이나 하나 삶아 먹고 슬슬 꼼지락 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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