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댕댕이, 삼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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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노숙자 댕댕이, 삼월이.

by 바람 그리기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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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

 대문을 밀치고 들어와도 기척이 없다.

 삼월이 언니는 "그래도 얘가 있어서 집 지켜준다"라며 칭찬하지만,

 집에 사람이 없을 때는 누가 들어오건 말건 반응이 없는 두 얼굴의 가이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는 터다.

 (혹시, 열려진 문으로 외출이라도 했나?)

 예전 무단가출 후 며칠 만에 귀가하면서 쪼그러진 심장 탓에, 저 혼자는 밖에 나서지 않지만 너무 기척이 없으니 궁금하다.

 쓰고 나갔던 마스크를 벗어 서재 창 아래 빨랫줄에 거는데, 샘에 걸린 거울에 삼월이가 보인다.

 

"수가, 수가, 이럴 수가!"

 

 우리에 미동도 없이 드러누워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있다.

 "헐..."

 니가 사람이니? 가이니?...

 

 

 현관문 여는 소리를 듣고서야 쪼르르 달려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얻어먹을 것이라도 없는지' 아양을 떠는데...

 안채며 바깥채며 궁둥이 실룩거리며 사람 기척 따라 비 맞고 왔다리 갔다리 하더니만,

 영등포 역사 노숙자 냄새가 확 풍긴다.

 

"절루가 아줌마야! 노숙자 냄새나!"

 

 고양이만도 못한 년. 눈곱은 덕지덕지 매달고!

 그래도, 언니들 덕에 목걸이도 매달고 출세는 했는데,

 볼수록 개발에 편자 같아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가 티브이 보느라 기대앉는 거실의 벽만 그런 줄 알았더니,

 삼월이가 늘 좌정하시는 현관 댓돌 옆 벽면에도 때가 꼬잘꼬잘 탔다.

 

 

흠...

쥔장이나 가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인 게지, 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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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밤.

길 건너 편의점으로 가지 않고 역 앞 편의점으로 가서 담배 사고 캔맥주를 사고.

광장에 앉아 3 깡을 급하게 조지고 돌아왔다.

쑥대머리에 때가 꼬잘 거리는 흰색 추리닝 차림이었으니 노숙자 행색이 틀림없었는데,

마치 자석에 끌리듯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갑자기 말이다.

무엇이 가슴에서 바람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게 했을까?

모를 일이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감이 한 시간 남았는데 숙제를 할까 말까?

담뱃값 타 먹었으니 예의상 하는 게 옳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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