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시간의 조리 앞에서 / 바람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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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비 오는 밤, 시간의 조리 앞에서 / 바람 그리기

by 바람 그리기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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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밤.

 

 

오랜만에 커피를 내렸다.

 

 

정 작가님이 보내주셨던 향초,

서재 창 아래에 켜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빗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밝아진 창.

밤새 울던 바람종이 잠잠해졌다.

 

빗방울이 여유로와지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맹꽁이 울음.

 

맹꽁이 울음이 들리는 도심 한가운데의 오래된 집.
새삼 따뜻해지는 가슴.

"아직은 다 떠나지 않은 세월이 있나 보다."

 


술을 잡고 있어야 정상이었던 밤.

술 대신 커피를 잡고 앉은 내게 놀란다.

 

시간의 순리로 직조된 장엄하고 치밀한 무한으로 향하는 유한의 조리.

오물로 걸러져 남겨지지 않기 위해 녹아드는 나를 본다.


"간절할 수 없는 힘 떨어진 두런거림. 누구의 가슴에 닿을 일이던가?"

누구나 그렇고 그런 일이라기엔,

길 떠나지 못하는 오늘이 비겁하다.


 

내게 닿은 모든 嬿이여,

오늘도 행복하라!

 

 

Bert Kaempfert & His Orchestra-That Happy Feeling(1962)

202006293129월

낙수에 매달린 바람종이 슬겅슬겅 울기 시작하는 유월 마지막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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