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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밤.
오랜만에 커피를 내렸다.
정 작가님이 보내주셨던 향초,
서재 창 아래에 켜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빗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밝아진 창.
밤새 울던 바람종이 잠잠해졌다.
빗방울이 여유로와지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맹꽁이 울음.
맹꽁이 울음이 들리는 도심 한가운데의 오래된 집.
새삼 따뜻해지는 가슴.
"아직은 다 떠나지 않은 세월이 있나 보다."
술을 잡고 있어야 정상이었던 밤.
술 대신 커피를 잡고 앉은 내게 놀란다.
시간의 순리로 직조된 장엄하고 치밀한 무한으로 향하는 유한의 조리.
오물로 걸러져 남겨지지 않기 위해 녹아드는 나를 본다.
"간절할 수 없는 힘 떨어진 두런거림. 누구의 가슴에 닿을 일이던가?"
누구나 그렇고 그런 일이라기엔,
길 떠나지 못하는 오늘이 비겁하다.
내게 닿은 모든 嬿이여,
오늘도 행복하라!
Bert Kaempfert & His Orchestra-That Happy Feeling(1962)
202006293129월
낙수에 매달린 바람종이 슬겅슬겅 울기 시작하는 유월 마지막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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