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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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눈이 왔다는데....

by 바람 그리기 2017.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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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문을 발로 긁으며 앓는 소리가 난다.

삼월이가 배가 고픈가 보다.

사료를 한 컵 떠서 문을 밀치니 눈이 쌓여있다.

개밥그릇을 뒤집어 눈을 털어내고 사료를 쏟는다.

'오도독오도독'

맛있게도 먹이를 씹던 삼월이가 다시 들어서는 내게 조르르 쫓아와 대가리를 쳐들고 간절한 눈빛을 초롱이며 알랑방귀를 떤다.

……. 사료 말고, 비린 것이나 더 주려나? 하는…….

커피를 타들고 거실로 들어와 전등을 켜고 티브이를 켜고 쿠션에 비스듬히 기대앉는다.

전화기가 방전되어 꺼져있다.

배터리를 갈자마자 전화가 온다.

수첩을 열고 펜을 든다.

통화를 마쳤다.

커피가 다 식었다.

식은 커피를 혈압약과 함께 천천히 마셨다.

커피만으로 끝내려고 했던 때.

마시고 나니 오히려 허기가 진다.

밥을 먹어야 하나……

 

눈.

어머니 낙상할까, 누수라도 될까,

옥상으로 마당으로 모두 치우고도 병원에 도착해 점심을 드실 시간.

눈....

지금은, 왔건 쌓였건 어쨌건 남의 일 같이 돼버린 귀찮은 오물.

삼월이만 신이 나라 천방지축 발자국을 남겨 놓았다.

 

컴을 잡고 이것저것 꼼지락거려야 하는 날.

눈이 밤사이 또 많이 온다 하는데,

옥상이라도 치워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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