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팥죽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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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팥죽 / 김신영

by 바람 그리기 201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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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팥죽 / 김신영

 

동지섣달 팥죽은

아버지의 것이었다

아니, 아버지가 팥죽을 끓이면

모든 계절이

동지섣달 깊은 밤이 되었다

젊은 날 노동판에서 굵어진 손마디와

굳어진 어깻죽지가 제일 좋아하였다

무좀 걸린 발가락과 버거운 다리가

더욱 좋아하였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팥죽이

가장 달콤하다고

잦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팥죽은 밤마다 시끄럽게 끓어 대었다

고양이도 팥죽을 얻어먹고

조용해진 밤이었다

 

<창조문예> 2010년 3월호 특집

 

 

 


김신영 시인

충북 중원 출생
중앙대학교 문학박사
1994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1996년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2008년 <불혹의 묵시록> 천년의시작

평론집 <그 오래된 미래>

 

종일 갈증에 시달릴정도로

노동의 하루가 힘겨웠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김시인 달콤한 팥죽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시원한 맥주 한 잔 해야겠다.

그러고는,

죽은듯이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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