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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뚜벅이 여행을 마치고 오른 막차. 환승역에서 20여 분 공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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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대 먹고 화장실 다녀오면 딱 맞은 시간.
광장에 내려 담배를 먹고 역사로 돌아오다 바라본 시내 전경, 어디인지 눈에 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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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둘러보다, 이곳이 예전 그곳이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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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장 너머 오른편에 높게 서 있던 건물을 제외하면,
기대보다 단출하고 어두웠던 도시, 이리.
서른여섯 해전 집찰구(集札口)를 빠져나와 마주한 이 도시의 첫인상.
장날, 난전에서 멍게에 쏘주 한잔을 걸치고 불쑥, 차표를 끊고 무작정 닿았던 그 도시.
돌아오는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던 플랫폼에 불던 그 황량하던 바람...
목재로 바닥이 마감된 2층 카페를 딛던 삐걱거림.
그날 그 카페에 흐르던 음악,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역 이름이 바뀐 것이 삼십 년이나 되었는데,
내 시간은 그날에 멈춰서 단절의 성벽에 들어앉아 혼자만의 기억의 쳇바퀴를 굴리고 지냈나 보다.
내가 옳다고 믿거나 영원하리라던 나만의 신념들.
그리하여 눈과 귀를 막고 이외의 심상이나 변화의 범접(犯接)을 차단하고 지내온 독선...
그날 그 음악의 가사처럼 흘러버린 시간,
돌이키니 그 많던 날의 쓸쓸한 오류들.
202501210715화
Aphrodites_child-spring_summer_winter_and_fall
오늘 아침은 물에 말은 밥에 새우젓을 곁들여야겠다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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