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챙겨 먹느라 혼자 덜그럭 거리는 인기척 없는 주말 휴일. 약을 챙겨 먹는데,
손 안 가득 약을 들고 개수를 헤아리며 "아이고 스무 개가 넘어!"라고 끌탕하시던 컨디션 좋은 날의 어머님 모습이 문득.
눈꺼풀에 뭐가 씌이고 도둑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더니 똑 그 꼴이다.
뜬금없이 달력을 미리 넘겨 놓은 데다가 코로나 이후 끊겼던 천안 친구들 모임 연락을 받고는 그거에 정신을 빼앗겼던지 어제 계획된 출판 기념회 일정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왜 안 오셔?"
'뭘?'
"출판회!"
'30일 이잖어?'
"오늘이 30일여!"
'아이고...'
개식 5분 전에야 받은 연락. 어허, 이런 난감함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행사가 다 끝날 무렵에야 도착하지 싶은데 뻘쭘하게 뒤늦게 가기도 그렇고, 새 주부터 차 끌고 출근하겠다는 아드님 막바지 실전 도로주행을 하려던 참이니 어쩔 수 없이 불참하기로 결정.
아침부터 "옻순 먹으러 막걸리 사 가지고 오라"고 친구에게 받은 전화.
나 아닌 누구들도 함께 하겠거니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고 말았는데, 아드님 도로주행 연수중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자꾸 전화가 온다.
"언제 와? 배고퍼 죽것어!"
도로 주행 마치고 막걸리 네 명 사서 들고 친구네로.
염병할 놈!
전날 다른 이들 불러다 옻닭 과서 실컷 처먹고 솥 안에 졸아붙은 멀국만 있다.
옻순도 이게 순인지 가지인지 뻣뻣하게 샜다.
자꾸 전화해싸니 바람 쐬는 셈 치고 다녀는 왔다만 대접은 엉뚱한 놈들에게 하고 아쉰 소리는 내게 하는지 원!
내가 무슨 핫바지 흙 싸리 껍띠기도 아니고...
지들끼리 짜고 치든 지지고 볶든 할 일이지 맘 비우고 사는 나는 왜 자꾸 끌고 들어가려고 하는지, 아차 하면 구설에 휘둘릴라 불편하다.
이런저런 기와집 짓는 얘기 장단 맞춰주다 열어 둔 간장독 생각에 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돌아왔는데, 막걸리 두 병에 취기가 돈다.
불 끄고 작정하고 누웠다가 부스스 눈 뜨니 오후 10시 반이다.
뭐여? 새로 네 시쯤은 됐으려니 했는데? 도대체 몇 시부터 잤지? 난감하네?
tv에 눈 두고 뭉기적 거리다 다시 눈을 뜨니 새로 다섯 시가 막 지났다.
하, 잠에 먹힌 이런 날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
물리적으로 대화에 난맥이 있는 친구와 소통하느라 오감을 바짝 세운 데다가 독한 옻순까지 먹었으니 체력이 소진했던 모양이다.
볕이 느리게 들고 있는 휴일 오래된 집 마당.
불두화 꽃송이가 가지가 휘도록 하루가 다르게 실하게 부풀고 있다.
아마 다음 주 내로 커다란 솜뭉치처럼 하얗게 옷 입지 싶다.
D+30, 간장.
된장에 염두를 둔다면 다음 주에 갈라도 될 정도록 맛있는 짠내가 폴폴 풍기며 잘 익었다.
계절의 여왕 5월 첫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챙기던 그때가 좋았던 때였느니...
202205011030일
이수인 곡, 석용인 사-목장의노래
약속한 청탁일을 또 넘겼다. 벌써 몇 번째이니 미안하네.
이번엔 양해의 기별이라도 보내야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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