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마주 앉은 술자리, 그제 얘기입니다.
"그래, 행사 마무리는 잘했고?"
"응? 응~. 근디 언제 갔니? 밥이나 먹고 가지 않고..."
"아, 마지막에 '잊혀진 계절' 합창한다고 해서 슬그머니 나왔지. 생면부지 사람들 속에 섞여서 노래 부른다는 게 뻘쭘하잖어 ㅎㅎㅎ. 그런데, 국기에 대한 경례 보면서 '역시, 예술가들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건 참, 인상적이더라고!"
"그랬니? 그랬다면 다행인데, 신성한 국기 가지고 그랬다고 지청구 먹었다 야!"
"왜? 그게 뭐가 어때서?"
"사실은 연세 있으신 분들이 많으니 혹, 오해들 하실까 봐 조심스러워서 행사 마지막에 양해 구하는 말 하려다가 구차해서 말았거든. '적어도 예술하는 사람들이니 이 정도는 이해하려니...' 하고서 말이지. 그런디, 염려대로...ㅋㅋㅋ"
"이해가 안 가네? 창조가 뭐여? 격식과 틀을 깨야 창조가 되는 거 아녀? 보통 사람들이 하기 힘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예술가인 거고!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2002년을 기점으로 태극기에 대한 그런 보수적인 관점이 깨졌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보디페인팅은 어찌하고 태극 문양 들어간 한복이며 디자인은 뭐래? 나 참, 나는 참 인상적이고 좋기만 하더만..."
"(껍띠기만 예술가이던지, 진짜 예술가는 아닌 모양이지-라고 속엣말을 하며)ㅍ ㅎㅎㅎ 그 얼굴이 누군지도 모르더라~"

정치만 빼면 모든 면으로 세계 일류인 우리나라. 특히, 예술계에서는 클래식에서부터 대중예술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문학" 분야가 그 시류에 조금 뒤처진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한 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그런 아쉬움을 한방에 털어내는 기분 좋은 일이었죠. 그런데 가을 들어 하루가 멀다고 개최되는 이런저런 예술 관련 행사에서 축하 인사 몇 마디(조차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고요)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 외에는 크게 거론하거나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당사자인 문학계 행사에서는 다른 게 있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계획해서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경례 배경 행사자료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조심스러운 일이었지만, "적어도 예술가라면 이 정도는 이해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일부 회원의 부정적 반응 앞에서는 "이누마, 욕을 번다. 벌어! 누가 너한티 그리하라고 품삯이라도 주며 시키디?"라고 자조하며, "아, 이래서 스웨덴 대사관 앞에 몰려가 노벨상 취소하라고 데모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친구의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예전에 교류하던 유명한 행위 예술가 선생님이 계시는데 "식전 행사로 퍼포먼스 부탁해 볼까?" 생각했다가, 아무리 철판 깔고 살지만 재정형편 상 기껏해야 기 십만 원 드리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연락 없이 지내다가 뜬금없이 기별 넣기도 그래서 그냥 말았는데요. 그 홀딱 벗은 난리 난장판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더라면 어쩔 뻔했을지 까막득 합니다 ㅋㅋㅋㅋ
만사가 다 자기 가치관의 색에 따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거지만... 뭐 그렇습니다.

찻집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했습니다.
오늘이 입동.
제대로 단풍조차 들이지 못한 짧은 가을은 이제 떠나가고 나는 겨울의 문턱에 발을 딛습니다.
202411071836목入冬
Franck_Pourcel-Mister_Lonely
쿠쿠 아줌마가 부르네~~~
-by, ⓒ 霧刻窟 浪人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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