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를 통과한 담배 연기처럼 서재 커튼에 걸러진 음악이 맺음 없이 두런두런 거실 바닥으로 배어 나옵니다. 내가 리믹스한 음악 "먼 훗날"입니다.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참으로 쓸쓸합니다. 그 쓸쓸함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정확하게 새로 네 시입니다. 샘으로 나가 절여 놓은 배추 마지막으로 뒤집어 주고 들어왔습니다. 두어 시간 후면 원한만큼 제대로 절여질 것 같습니다. 일어난 김에 커피 한 잔 타서 커튼을 밀치고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면서 생각하니, "겨울이면 늘 힘들던 내 습성은 바로 이 무렵의 경험이 각인되어 그랬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지독히도 아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지독히도 외롭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참 지독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문득 그 시절을 생각하며 그때의 내게 넌지시 뇌까렸습니다.
"지나고 보니 다 지나갈 시간이다. 지금 와 생각하니 다 흘러갈 시간이었다. 이렇게 인생 황혼길에 첫 발을 디딜 만큼 시간은 흘러 갑돌이는 범부가 되어 잘 살아있고, 갑순이도 제 하늘 아래 잘 살고 있다 하더라. 다 흘러갈 시간이다. 너무 오래 아파하지 말아라"
빗방울이 굵어지는지 바람종 소리가 점점 커지는군요.
202411150447금
둘다섯-먼훗날 리믹스 & 무각재 바람종 2023
배추 3망(x90,-). 무(속&동치미/7,-x2). 고춧가루(국산 행사 2근, 중국산 청양 2근) 깐 마늘(행사 1봉). 생강(2,-). 청각(5,-) 새우젓(20,-) 적쑥갓(행사 1단) 손질 관파(행사 1) 쪽파(1) 김장 비닐(大 2봉 入 1/小 2봉 入2) 고무장갑 외.
-by, ⓒ 비나리는 霧刻齋 창가에서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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