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기름 두르지 않고 조선간장 넣어 끓인 맑은 미역국을 몇 끼 맛나게 먹었는데 딱 한 그릇 분량 남았다.
모처럼 입에 감기는 음식이니 더 끓여 먹어야겠다.
마른미역 한 줌을 또 담가 놓고 두리번거리다가 설 성묘 다녀와 잘라 놓은 북어포 대가리 생각.
조만간 얼음도 얼려야 하니 냉동실 정리도 해야겠는데, 이참에 차지한 자리 조금이라도 비울 겸 기왕 모아 놓은 것이니 육수나 우리기로.
'이거 잘 못 넣으면 꿉꿉하고 씁쓸헌디...'
↘가위로 눈팅이와 아가미 주변 손질하고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은 후 마른 냄비에 청주 뿌려가며 한 번 덖어 미온수에 담아 두었다.
↘며칠 전 볼에 담가 두었던 시래기 건져다가 팍, 포옥 삶아 솥째로 다시 샘에 옮겨 두었고.
↘'이만하면 쓰겠거니...' 용기에 반만 덜어 놓았던 서재 온풍기 석유, 또 떨어졌으니 남겼던 석유 톡톡 긁어 다시 채워 놓았고.
아침부터 뭔가 계속 꼼지락거리기는 했는데, 특별하게 표 나는 게 없다. 아,
아침, 점심 두 끼를 다 챙겨 먹었다. 물론 점심이야 라면이었지만 끼니를 거르지 않고 챙겨 먹은 게 "평상을 깬 일탈적인 특별한 행위"로 각인된 판단의 오류인가 보다.
내가 마시는 요런 저런 차를 담아 놓은 전자레인지 위 쟁반.
식모커피를 한잔하려고 손을 뻗치니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정체불명의 커피가 보인다.
'테디스 에소프레소 액상 커피?'
제조에 쓰인 재료를 살펴보니 베트남에서 시작해 케냐까지,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원두가 다 들었다.
'그런데 이게 뭐랴?'
커피에 홍삼이라고? 흠...
일단을 기대를 하고 한 대접 타봤는데 맛은 그다지...
긍정적 표현으로는 깔끔한 것이지만 내 취향으로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슴슴하고 싱겁다. 한창 더울 때 아아 재료로는 적당하겻다.
다음번에는 에스프레소로 타 볼 모양이다.
어제 술밥 먹고 들린 찻집.
친절한 사장님께서 또 고봉으로 주셨다.
허지만 어제는 밤새 요기 한번 느끼지 않고 잘(이라면 구라다. 바닥에 닿은 곳은 아프리카 사막의 열사에 있었고 나머지는 홀딱 벗고 북극 얼음판을 지고, 걸리버가 된 요상한 꿈 속에서 심란했으니...-실제, 술밥 먹고 들어와 불식간에 잠들었다가 두 시 반에 깨나서, 얼음판 지고 있던 몸 반 쪽을 한참을 주물렀다)잤다.
아무리 두 시 반에 깨서 쉼 없이 담배만 조진 긴 하루였지만서두, 허기도 방아쇠가 있나?
오늘 두 끼를 때에 잘 챙겨 먹었더니 벌써 또 배고프다.
불려 놓은 미역, 지금부터 달달 달여 국 끓일 모양이다.
오늘 하루 살아내느라 모두 고생하셨다.
202403121832화
Paul Anka-Diana
-by, ⓒ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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