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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이웃 건물 뒤로 기울어진 후 소쿠리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간다.
폭염에 만물이 충분히 달궈진 하루.
오락가락하는 비에 며칠 발길이 뜸했더니 화분마다 잡초밭이 되었지만, 날것의 푸름이 반갑다.
상추는 지난번에 끝물 마무리를 해야 했는데, 냉장고 야채 박스에 챙겨 놓은 것이 아직 있어 그냥 뒤돌아섰더니 모두 꽃대가 올라왔다.
병 오기 전에 행색 갖춘 고추들을 따고, 저녁 찬거리로 무쳐 먹을 생각으로 고춧잎을 훑고 있을 때 걸려 온 전화.
"복날인디, 치킨이라도 먹어야지!"
중복이 지났으니 이제 매미 소리 한창일 보름 남짓이면 더위도 풀 죽을 테고, 잠자리 날고 풀벌레 찌륵이는 가을이 목전이다.
거리엔 은행잎이 날리겠고, 그 위로 언제였냐는 듯 눈이 덮이겠고...
한 사내가 그 시간 위에 옷깃을 세우고, 더러는 어깨를 떨구고 혼자만의 길을 걷고 있겠고...
202207270320수
윤종신 외-여기 어때 광고음악 mix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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