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을 포트 삼아 작두콩을 심은 게 얼추 한 달은 너끈하게 된 듯싶은데 영 기별 없습니다. (오늘에야 확인하니 작년엔 5월 말에 파종했네요) 열대작물이니 기온이 더 올라가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는 있었지만, 기다린 시간이 오래이니 발아를 장담할 일이 아닌 듯싶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간장독 여닫느라 옥상 오르내리면서 마주하는 스무 개 남짓의 빈 화분이 자꾸 눈에 거슬립니다. 아차 하면 잡초 그대로 한 해를 보낼 생각 하니 보는 이는 없어도 남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발하러 집을 나선 김에 장에서 상추와 고추 몇 포기를 사다 심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물 퍼 나를 생각하면 사다 먹는 것이 생산적인 일이지만, 뭐 그렇습니다. 참, 단호박 모종도 하나 심었습니다.
눈을 뜨니 세 시 반입니다.
담배를 먼저 먹으며 뉴스를 보고, 시원치 않은 속이 불편하고 부담되는 줄 알면서도 커피를 한 잔 타 옆에 놓고 잡히는 책 펼쳐 몇 페이지 넘기고, 모처럼 SNS를 둘러봤습니다. 이발하면 받은 전화에서 뭐라 뭐라 전해 들은 이야기도 있었고요.

하,
참으로 불편합니다.
주취에 앞뒤 없이 씨부렁거려 놓은 사람이나(제가 이래서 sns나 특히, 단톡을 하지 않습니다), 그 쓰잘데 없음에 맞장구친 선배나...
왜 가만있는 은둔 거사 이름을 들먹거리며 씨불렁 거리는지 참 불쾌합니다. 한 마디 쓸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돌아 나왔습니다.
4시 반쯤,
밀린 설거지를 했습니다.
설거지하면서 불쾌함에 대해 또 생각했습니다.
어제 장에서 돌아오며 배가 고파 중국 음식점에 들렸습니다. 짬뽕과 이과두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근간에 먹어본 짬뽕 중에는 제 식성에 맞는 듯싶습니다. 몇 젓가락을 떴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담뱃갑 속지인 듯도 싶고, 냉동 해물에 붙었던 상표였던 듯도 싶은 손가락 세 마디만 한 종이 두 장이 겹쳐 있습니다.
'사장님, 이거...'
"이게 어디서 나왔댜?"
종이를 들고 주방으로 갑니다. 그리고 끝.
제가 원래 먹는 거 가지고 웬만해서는 까탈 부리는 성격이 아니니 아무 일 없듯 그냥 다 먹었습니다. 그런데요, 계산을 하는 중에 뭐라 한마디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 말도 없습니다. 저도 물론 아무 말도 않고 나왔습니다.
설거지하면서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사장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결론은 "답다"였습니다.
아무 말도 않고 나온 나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장이나 "답다"
"멍청도답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뭐 그런 거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그런...

여섯 시 무렵엔 오늘이 대문 위를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서재 창밖 샘 슬레이트 지붕 위로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람종 잠잠한 아침.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詩와 音樂~★ 별 / 성봉수
별 / 성봉수 나는 내 안에서 너를 보나니 너도 네 안에 내가 있느뇨 나의 너란 늘 아득하고 서럽고 쓸쓸하여 너도 그러할까, 마음 아픈데. 그러다가도, 어디쯤 웅크렸다 스러져간
sbs150127.tistory.com
202205030700화
강정화-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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