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온 암막커튼 블라인드로 책상 위 새로 단 형광등을 간접조명으로 만들어 놓았고,

어항 청소하고 물을 갈아줬습니다.

목디스크 상태가 심각해진 듯 덜덜 떨리며 힘 들어가지 않는 팔을 매달고 병자가 애썼습니다.
볕 좋은 오후.
가지가 척척 휘도록 매달린 (마당에 볕 드는 시간이 짧으니 나무가 기린만 합니다. 그러니 우리 집 불두화는 키 큰 나무 가지 끝에 연등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불두화 난리 난 오래된 집 마당,

삼월이가 볕이 드는 곳에 한가롭게 누웠다가, 부엌문 여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섭니다.


마당을 휘이 돌고 다시 들어가는 나를 삼월이가 올려보며 중얼거립니다.

"어이, 성씨! 씹다 만 껌이라고 좀 주고 들어가지?"
다 골로 가시고 일곱 마리 남은 열대어.
주홍의 어미 새끼와 줄무늬의 다섯 마리.
갑자기 감옥소가 떠올랐습니다.
"다섯 마리의 죄수와 두 마리의 간수"
다섯 마리의 줄무늬가 영락없이 죄수복을 입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막상 감옥소라 생각하니 내가 무슨 인연의 권리로 이들을 감옥소를 만들어 가두었을까? 자문해 봅니다.
인연 겁의 업보에 매달려 윤회의 바퀴를 굴리고 있는 나 역시도 현생을 둘러치고 있는 창살을 자각하지 못하듯 "너희도 모르는 게 약 이리니..."
잠시 머물던 사유의 미로를 빠져나왔습니다.
감옥소 같은 서재에 쭈그려 있기엔 볕의 은혜로움이 너무 큽니다.
자전거도 손보아놓아야겠고,
차 끌고 동학사라도 휘잉 다녀올까? 번뜩 고민합니다.
202205121344목
박경종 사, 권길상 곡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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