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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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앓다

by 바람 그리기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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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밤에 무릎 근처가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니고 얼마나 지지근하게 쑤시던지 잠을 이룰 수 없어 오밤중에 일어나 멘소래담을 발랐습니다.
 다섯 시 반.
 잡부 나가려 일어나니 몸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하... 오늘 쉬면 좋겠다'
 틀림없이 병난 모양입니다.


 그끄제 청소(대충)하느라 부산 떨다가 친구 전화받고 계획 없이 나가 빈속에 과음하고 돌아와 대충 쓰러져 잠든 데다가, 그제 주독 풀릴새  없이 아드님께 탁송 온 중고차 받아 정비하는 동안 기다렸다 외곽도로 한 번 주행시키고 돌아와 또 이불 챙기지 않고 쑤셔박혀 잠들었더니 몸에 무리 간 모양입니다.
 코로나로 방역에 긴장해서 지내는 동안 몇 번 어정쩡하긴 했어도 근간엔 특별나게 아프지 않고 지냈는데 요즘의 잦은 술 탓도 있겠고 한번 몸살이 올 때도 되었지 싶습니다.


 약속된 일정이니 잡부 나가 몸 질질 끌며 하루 보내고 만사가 얼마나 귀찮고 몸이 괴롭던지, 담배도 사지 않고 곧장 집으로 왔습니다. 돌아와 방에 들어가면 그대로 픽 쓰러질 것 같아 옷 갈아입기 전에 샘에서 먼저 씻고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목구멍이 쪼그러들어 도저히 넘기지 못하고 몇 술 남긴 대충 만 밥이 퉁퉁 불어 있습니다.

 

 누더기를 갈아 갈아입고 털어 널어두려 마당으로 나서는데, 그 사이 아내가 퇴근해 계십니다. 혹시 몰라 마스크를 쓴 나를 보고는 코로나를 확신하고는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서 뭐라 뭐라 합니다.
 작업 중 입었던 누더기를 털어 널고 안으로 들어와 식음 전폐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기절했습니다.
 '약 먹어야 하는데...'
 11시 반쯤 되었던 듯싶습니다.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여야 될듯싶어 오래전 <코로나 격리 약> 준비해 둔 것에서, 근육통 약과 진통제 약을 챙겼습니다. 빈속에 먹기는 부담스러워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꿀을 넉넉하게 가미해 함께 먹고 또 기절했습니다.

 

 다섯 시쯤 되었을까요?
 눈 뜨니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고 몸에 땀이 나고 있습니다.
 '아, 이제 막힌 기혈이 풀리고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구나...'
 코로나에 걸리면 기침과 가래가 심하다던데, 기침도 가래도 없으니 그건 아닌 듯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마당에 나가 한 바퀴 돌고 들어와 한동안 TV 앞에서 또 뭉그적거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차라리 불 넣어둔 방에 들어가 한 두어 시간 땀을 좀 뺐으면 깔끔했지 싶습니다.


 어제 잡부 나가며 찍은 튤립.

 

 오늘 아침에는 활짝 꽃잎이 벌었는데요,

 

 나는 아무리 봐도 기품 있는 여왕의 왕관으로 보이지 않고 만화 "검정 고무신"의 '기영'이 머리가 자꾸 생각납니다.

 

 노란 색인 줄 알았던 다른 튤립도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고요,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붓꽃 꽃대들이 드디어 앞다퉈 쑥쑥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당 잔디도 제 빛을 찾았고,

 

 옥상 간장독 뚜껑 열어 놓고 내려와 앵두나무와 불두화와 고욤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을 바라보며 삼월이와 한동안 얘기하다 들어왔습니다.
 손가락이 떨리는 게 당 떨어진 조짐이 보이는데,  질퍽한 쌀밥이라면 한 술 어찌 뜨련만 밥통의 마르고 뻣뻣한 잡곡밥은 속에서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라면을 먹기도 그렇고... 그렇습니다.

 아프지 맙시다.

 

 

 

 
 202204200143수
 Makiko_Hirohashi-Tedium_Of_Journey-여정
 어제가 마감였던.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도저히 컴을 잡을 상황이 아니라 포기.
 내 몫이 아니었던 거로.


출처: https://sbs150127.tistory.com/entry/플레이바에서-음원-다운로드-하는-법 [☆~ 詩와 音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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