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나리는 마당에서 맛난 담배를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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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비 나리는 마당에서 맛난 담배를 먹다.

by 바람 그리기 2017.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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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방울씩 떨어지다 멎기를 계속 하던 비가

처마 밖 마당이 검게 보일 만큼 적셔놓고 또 그쳤습니다.

오전엔, 키가 커서 자꾸 쓰러지는 장미에다 지지대를 세워 묶어주고

빨래를 조물딱 거려 세탁기에 돌려놓았는데,

하늘 눈치 보느라 널지 못하고 그냥 두었어요.

 

일터에서 밥벌이하느라 땀 흘리실 분들이 들으면 팔자 좋은 매 맞아 죽을 생각이긴 합니다만,

점심 무렵 샘에 앉아 꼼지락거리면서

'낮술 하기 딱 좋은 날씨네…….'중얼거렸더랬어요.

물론 꼭 날씨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고요, 제 맘의 파고가 그것과 일치 될 만큼의 상태였기 때문이겠죠.

밖에 일을 볼 이유는 있었지만, 컨디션 좋으신 어머님과 함께하느라 다음으로 미뤄두고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꼿꼿하게 앉아 텔레비전 뉴스를 보시는 어머니.

최고와 최저의 기복이 확연하시니, 이어질 최저의 컨션을 생각하면

너무 정정하신 것도 부담입니다.

그래서, 저녁 잡수실 때까지 누워계시라 베개를 챙겨드리고 커피를 한잔 더 따라 마당에 나와 앉았습니다.

 

내 방 창 앞 처마에 걸어 둔 바람종이

미친 것처럼 요동치며 고요를 갈라 바람을 그립니다.

하늘은 검게 내려앉고 또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와!

와다다다다~

엄청 오네요.

 

남은 하루,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비 오는 오래 된 집 처마 아래서 먹는 담배가

참 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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