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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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똥 싸다

by 바람 그리기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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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밥 잘 먹고 점포에서 나왔습니다.
 연휴라서 문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니 밤거리가 한적합니다.
 만만한 어둠 속 그늘을 찾아 소변을 봤습니다.
 소변을 보는데, 급작스레 물컹하고 똥이 나왔습니다.
 전조도 없었고 징후도 없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분명 나온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복통이 시작됐습니다.
 아닙니다. 복통은 아니었고 괄약근에 묵직하게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찻집을 포기하고 친구와 로터리에서 헤어져 집으로 향합니다.
 똥구멍을 꼭 조이고 어그적어기적 가랑이를 벌리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닙니다.
 걸음의 속도에 비례해 괄약근에 가해지는 압력도 가중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럴 때마다 보폭을 좁히고 속도를 줄이기도 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문을 밀칩니다.
 한계입니다.
 괄약근이 벌어질 똥 말 똥 합니다.
 아!
 삼월이 언니께서 변소에 계십니다.
 서둘러 바깥 변소로 향합니다.
 "뿌다다다다"
 고장 난 머플러의 배달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달려 나옵니다.
 분명 똥을 싼 것입니다.
 오토바이가 떠난 후 팬티와 바지를 벗어 샘에 담가 놓고 들어와 상비약 정로환을 챙겨 먹습니다.

 약을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배설"
 전조도 징후도 없이 벌어진 이 당황스럽고 불편한 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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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내 맘은 '감정의 배설'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예측 불능의 이상행동일 수 있었겠구나..."
 그러하여 생각합니다.
 우선 첫째는 "내 소화능력 밖의 무엇을 먹었는가?"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그것이 무엇이건 입으로 받아들일 때는 결과물의 특이 사항을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었으니, 일단 내 안에 들어온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였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그랬습니다.
 "소화 능력을 키우자"
 "설령 그 기능이 시간의 힘으로 퇴화해 이상발효로 부패가 되더라도, 내 의지로 담아두거나 배출할 수 있도록 괄약근의 힘을 키우자!"
 힘을 키우는 것은 애써야 되는 것이고 노력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505042058일
 Makiko Hirohashi-여정
 오이 정구지 김치.
 자반 고등어구이, 김치 순두부찌개/상경_by,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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